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몽니에 싱가포르·UAE, ‘WTO 개도국’ 포기

멕시코 등도 검토에 한국 난감한 처지 더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에 날 선 비판과 압박을 가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WTO의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이 별로 없는 이들 두 나라가 쉽게 물러서면서 한국의 입장은 한층 난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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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전된 무역부국 등에 WTO 개도국 지위가 부여되지 못하게 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후 싱가포르와 UAE가 사실상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찬춘싱 싱가포르 통상산업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에 “싱가포르는 WTO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않고 있다”며 “혜택을 본 적이 없는 만큼 개도국 지위 포기는 이슈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WTO 개도국 지위는 현재 회원국 스스로 결정하게 돼 있는데 싱가포르는 언제든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얘기다. 앞서 UAE 경제부도 지난달 29일 WTO 회원국들이 개도국 혜택 철회를 승인한다면 UAE는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건물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건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협상에 진전이 없는 중국을 정조준해 WTO 개도국 지위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90일 내 이를 바꾸라고 압박하면서 한국과 멕시코·터키 외에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홍콩·싱가포르·카타르·브루나이·UAE 등을 거론했다. WTO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되면 농산물 수입 관세를 고율로 유지하고 농업보조금 등을 지원할 수 있어 중국·한국 등 농산물 시장 개방 이슈에 민감한 국가들이 자국 농업을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자원부국이나 농산물 시장이 이미 완전 개방된 나라에는 별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멕시코·브루나이 등은 트럼프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추가로 개도국 포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한국 등에 미국의 압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90일 시한을 전후로 개도국 지위 유지가 부적절한 나라들에 대해 추가 관세부과 등 무역제재에 나설 태세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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