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홍콩 50년만에 총파업...행정장관 "일터로 돌아가라"

시위대, 지하철·버스 멈추고 도로 점거

캐리람 “일터로 돌아가라...사임은 안하겠다”

인민일보 “일국양제 마지노선을 훼손...엄중한 처벌 필요”

홍콩 PMI 지난달 43.8...10년만 최저 추락

홍콩 시위대의 한 남성이 5일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지하철 열차 출입문에 누워 있다. /홍콩=AFP연합뉴스홍콩 시위대의 한 남성이 5일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지하철 열차 출입문에 누워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9주째 이어져온 홍콩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이 벌어졌다. 이날 파업에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파업 가담자들이 가세한 반정부시위대가 이른 아침부터 홍콩 거리를 점거하고 지하철·버스를 막아 세우면서 홍콩 전역은 그야말로 마비상태가 됐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에 계속되는 시위와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홍콩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금융인·공무원·버스기사·항공승무원 등 각계 종사자들이 참여한 총파업이 진행됐다면서 이날 파업에 총 50만명 이상이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홍콩의 총파업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시위대는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협조운동’으로 불리는 게릴라식 시위를 곳곳에서 전개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출퇴근을 저지하기 위해 아침7시30분부터 다이아몬드힐·라이킹·포트리스힐·위안랑 역 등 4개 지하철역에서 승차장과 차량 사이에 다리를 거는 방식 등으로 지하철 운행을 방해했다. 이에 따라 11개 노선 중 8개가 일시 정지됐고 쿤퉁 노선과 홍콩섬·홍콩국제국항을 잇는 공항고속철 노선은 전면 중단됐다. 시위대는 일부 도로를 점거하고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를 잇는 터널 입구를 막아서며 버스 운행도 지연시켰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총파업이 벌어진 5일 홍콩에서 한 남성이 한 상점의 닫힌 셔터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셔터에는 교통상 지장으로 이날 하루 휴업한다는 게시문이 붙어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총파업이 벌어진 5일 홍콩에서 한 남성이 한 상점의 닫힌 셔터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셔터에는 교통상 지장으로 이날 하루 휴업한다는 게시문이 붙어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공항 및 항공사 직원들이 파업에 가담하면서 홍콩국제공항도 마비됐다. 민항처 소속 항공관제사의 3분의1인 20여명이 집단병가를 내면서 국제공항 활주로 2곳 중 1곳만 운영됐다.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수백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총파업으로 홍콩 경제가 마비되자 캐리 람 행정장관은 2주 만에 또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과 시위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람 장관은 총파업에 대해 “700만 홍콩인의 삶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파업 가담자들이 속히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바다에 던지는 등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위협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며 “홍콩 정부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결연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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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째 이어진 홍콩의 송환법 시위는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며 홍콩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시위대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홍콩 정부는 전날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저지하고 나선 데 이어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에 반정부시위 발생 이후 처음으로 물대포차까지 배치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특히 시위대가 전날 시위에서 중국 중앙정부에서 주권반환을 기념해 홍콩에 선물한 ‘골든보히니아’ 동상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친필이 새겨진 이 동상에 스프레이로 ‘홍콩을 해방하자’ ‘하늘은 공산당을 멸할 것’이라는 등의 문구를 적었다. 이를 지켜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5일 논평에서 일부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훼손한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총파업이 벌어진 홍콩에서 3% 가까이 폭락한 홍콩 대표 주가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에 행인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5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총파업이 벌어진 홍콩에서 3% 가까이 폭락한 홍콩 대표 주가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에 행인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올해 3월 처음 발생한 시위가 6월부터 대규모로 이어지며 극심한 혼돈이 계속되자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불렸던 홍콩 경제는 급속도로 고꾸라지고 있다. 관광·소매기업들에 타격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달 홍콩의 IHS마킷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3.8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지난달 홍콩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 속보치는 전년 동기 비 0.6% 증가에 그쳐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도 2.85% 급락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위가 이어질수록 홍콩의 침체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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