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상장사 10곳 중 9곳 추풍낙엽...2008년 금융위기 데자뷔

외국인 대규모 팔자에 개미까지 투매...폭락장 부채질

신라젠 등 바이오주 사태까지 맞물린 코스닥 '통제 불능'

"당장은 지지선 예측 힘들어...이달말은 돼야 향방 가늠"




쓰나미처럼 몰려온 악재에 5일 국내 증시가 1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공포감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불안감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외국인의 대규모 ‘팔자’ 행진에 공포에 짓눌린 개인의 투매가 더해지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동시다발적 악재 상황에 지지선 예측이 힘들다며 이달 말은 돼야 증시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난 2007년 11월 2,100선을 앞둔 코스피는 연일 곤두박질치면서 1년도 안 돼 900선까지 무너진 바 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은 온통 파랗게 물들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897개 종목 가운데 816개(91.0%)가, 코스닥 종목은 1,299개 중 하한가 4개를 포함해 1,234개(95.0%)가 하락 마감했다. 상장된 종목 10개 중 9개 이상이 떨어진 것이다.


동시다발적 악재에 코스피·코스닥은 속수무책이었다. 소강상태였던 미중 무역갈등이 재차 고조되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우려가 증폭된 결과로 풀이된다.

충격이 더 큰 쪽은 코스닥이다. 코스닥시장은 이날 3년1개월여 만에 시장 완화 장치인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역대 아홉 번째로 큰 7.4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2시9분 코스닥150선물 가격 및 현물지수(코스닥150)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닥 붕괴는 바이오주의 폭락이 불러왔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바이오는 끝났다는 심리가 개인투자자 사이에 퍼져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종목은 2일 신라젠의 임상 중단 소식 이후 동반 급락하기 시작했다. 신라젠은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고 시총 상위 바이오주 역시 속절없이 무너졌다. 임상 3상 발표를 앞둔 헬릭스미스가 17.36%, 균주 논란이 불거진 메디톡스는 19.07% 떨어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9.50%), 셀트리온제약(-11.88%), 제넥신(-12.23%) 등도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코스피시장은 미중갈등, 한일갈등, 밸류에이션 리스크 등 악재의 총집합이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가 중심으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영향이 실제 기업들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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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부과 소식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으로 맞대응하며 미중갈등이 고조된 것도 불안 요소다. 원화와 위안화 약세로 환율이 급등하자 외국인 순매도가 급증하며 수급 리스크도 작용했다.

당분간 증시 상황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수적 투자를 권고했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단행이 경기 개선으로 쉽게 이어지지 못하며 글로벌 위험자산의 펀더멘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주식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급락장이 떠오르지만 밸류에이션은 지금이 더 높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9일 기준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예상실적기준 주가수익률(12M FWD PER)은 7.6배였으나 지금은 10.2배다. 하 연구원은 “반등 요인이 없더라도 주가가 싸다면 반등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데, 지금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없으므로 주가가 급락했다고 해서 곧바로 반등이 나타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의 하락폭에 비해 신용융자잔액이 충분히 빠르게 감소하지 않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코스닥 신용융자잔액은 5조원 수준으로 지난 한 달간 5,000억원가량 감소했는데 이는 2018년 11월 코스닥 조정 시기에 한 달간 1조5,000억원이 줄어든 데 비하면 완만한 속도”라고 지적했다

저점이 어디인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 연구원은 “정치적 이벤트들이 산재해 있다”면서도 “시기적으로 8월 말 1차 변곡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가 하방 압력이 있지만 이달 말 미국의 금리 인하, 일본의 실제 화이트리스트 제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재조정에 따른 한국 주식 비중 축소 등의 결과에 따라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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