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연기한 대형사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저금리 상황을 적극 이용해 자금을 확보하고 시장이 좋아지면 상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는 이달 말 목표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트랜치는 아직 미정으로 NH투자증권과 SK증권이 발행을 주관한다.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설비 투자와 차환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SK루브리컨츠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최상위권이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와 윤활기유를 판매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7,082억원, 1,2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상장을 추진한 SK루브리컨츠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이후 지난해 9월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SK루브리컨츠 외에도 최근 상장이 연기된 기업들이 IPO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아닌 회사채 시장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SK루브리컨츠처럼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상장을 미룬 현대오일뱅크 역시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호텔롯데도 6월 2,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랜드리테일 역시 500억원 가량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대표이사 형사 입건 등 이슈로 상장이 연기된 바디프랜드도 15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 상황이 안좋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고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며 “최근 저금리 상황도 기업들이 회사채를 찾는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