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시 급락과 관련해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며 필요할 경우 공매도 금지는 물론 일일가격제한폭 축소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주식시장 안정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증권사와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정부는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을 이미 준비해놓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는 최근 급락한 주식시장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급하게 마련됐다. 전날 코스피가 2.56%, 코스닥이 7.46% 하락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서 미중간 무역갈등이 통상문제에서 환율 문제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며 이날 장 초반 한때 코스피 지수가 1,900선 아래로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220원을 넘어섰다.
모두발언에 나선 손 부위원장은 증시 급락에 대해 “복수의 대외적 악재가 겹쳐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일어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사와 유관기관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해 당장 전반적인 금수조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정부는 관련 대책을 마련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금융투자업계는 상세하게 분석해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전파해주기 바라며, 시장이 급변할 경우 우리 증시의 주요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시 수급 안정과 변동성 완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와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가격 제한폭 축소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 중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선택해 신속 과감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당국이 언급한 정책 중 공매도 규제 강화는 최근 하락장 내내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실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에는 공매도를 금지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 공매도가 금지됐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던 2008년과 유럽 경제위기가 닥친 2011년 두 번이 전부다.
손 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거듭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준 외화보유액은 4,031억달러로 높은 수준이며 단기외채비율도 31.6%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신용부도스와프 관련 추이 역시 안정적이다.
손 위원장은 “우리 증시는 그간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의존한 오버슈팅이 발생하지 않았고 글로벌 주식시장에 비해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비율이 높지 않아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불안요인이 지속될 경우 부정적인 상승작용으로 더 큰 시장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시장참여자 모두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대응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