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하락에 미중 환율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외풍마저 거세지면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년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교역이 둔화되고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217억7,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289억달러)보다 25%나 줄었다. 반기 기준으로 지난 2012년 상반기(96억5,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흑자폭이 가장 작다. 기축 통화국이 아닌 나라엔 경상수지가 생명줄이다. 사실상 유일한 달러 공급선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상수지 감소세는 달러 공급 부족에 따른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며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에는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등으로도 읽힌다. 2015년 1,000억 달러를 돌파했던 경상수지가 올해에는 반토막으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미중 무역갈등, 일본 무역 규제 등에 더해 한국 실물 경기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경상수지 500억 달성도 위태위태=한국은행이 지난 7월 전망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590억 달러다. 상반기 215억 달러, 하반기 375억 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이날 발표된 ‘6월 및 상반기 국제수지’에 따르면 1~6월 누적 경상수지는 217.7억 달러로 상반기 목표치는 달성했다. 그럼에도 올해 경상수지가 500억 달성도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라 세계 교역이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 악재가 더해지면서다. 통관기준으로 올해 반도체 수출은 489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21.7% 급감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 회복 전망이 당초보다 늦춰지고 있다”며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 G2의 분쟁 심화는 반도체 회복 시기를 더욱 늦추는 소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자 반기 기준 상품수지도 2,777억 2,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9.8% 감소했다. 현재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유가의 향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이 석유화학 제품보다 많은 한국엔 경상수지 감소 요소로 작용한다.
◇외환·주식 시장에 다시 악재 소재로=경상수지 감소가 금융과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주식과 채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상수지 감소는 주식과 채권 시장에 변동을 줄 것”이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외국 자본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상수지 감소세는 한국의 신용도를 낮추는 역할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환율에도 부정적이다. 물론 이미 원화 약세는 8개월째 ‘마이너스’를 거듭하고 있는 수출 부진이 선 반영돼 있다. 지난 6월 5일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됐을 때도 환율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그렇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등 글로벌 악재가 더해지면서 경상수지 감소세는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도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日 여행 감소로 서비스수지 개선은 지속될듯=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상반기 서비스수지는 123억5,000만달러 적자로 2016년 하반기 -95억5,000만달러 이후 최소 적자를 냈다. 한은은 “중국·일본인을 중심으로 입국자 증가세가 지속했고 우리나라의 출국자 증가율과 여행소비가 둔화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줄어든 게 큰 원인”이라고 했다.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 여행 불매 운동 등이 벌어지면서다. /박형윤·한재영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