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법행정자문회의 9월 출범' 김명수 약속 공수표 우려

8월말 입법 일정... 한달만에 위원 모두 선정 빠듯

법관대표회의 9월말 회의... 非법관은 기준도 없어

서두르면 '졸속', 미루면 '개혁 연기' 비판 가능성

국회 외면에 "金대법원장 공언 섣불렀다" 지적도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공언했던 ‘사법행정자문회의’의 9월 출범이 일정상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 선정부터 산하 위원회 설치 방법까지 민주적 절차로 논의해야 하는 주제가 산적해 있어 김 대법원장이 너무 섣불리 공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에만 맞추려다 보면 자칫 졸속 구성이 될 수 있고, 신중을 기하다 보면 실제 운영은 연말에나 가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5일 사법행정자문회의 규칙안에 대한 입법 예고를 마치고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어 이달 중순 대법관회의에서 이를 심의·의결한 뒤 8월 하순에 공포할 예정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 7월5일 대법원규칙 제정을 통해 사법행정자문회의라는 임시기구를 설치하고 9~10월 출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자체 사법개혁 법안이 무기한 계류되자 법안에 있던 ‘사법행정회의’와 유사한 방식의 고육책을 꺼내 사법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규칙 제·개정, 판사 보직, 법원 예산 등에 관해 대법원장에게 자문하는 민주적 기구다.



그러나 상당수 법조인들은 사법행정자문회의가 9월 안에 본격 출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월말 규칙안 공포 후 고작 한 달 안에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들을 모두 선정하기란 벅찰 것이란 분석이다. 김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3명, 비법관 4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되는데 전국 법원장들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추천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법관 4명의 경우 아예 누가,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선발할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산하 위원회는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완전히 구성된 뒤 그 회의를 통해서만 구성할 수 있게 돼 있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다. 일반 분과위원회의 경우 ‘분야별로 5~15명의 위원으로 구성’이라고만 규정하고 어떤 위원회를, 몇 개나 설치할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지 않았다. 유일하게 설치 방법이 규정된 법관인사분과위원회의 경우 대법원장 1명, 전국법원장회의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 2명 등 총 5명을 추천하게 돼 있는데 이를 위해선 법원장과 법관대표회의가 자문회의 위원 선정 이후 회의를 또 열어야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9월30일에야 현 집행부 첫 임시회의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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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회의 공보간사를 맡고 있는 서삼희 판사는 “아직 입법도 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법관대표회의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투표 등의 방법도 있지만 9월 초 추석 연휴 등까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안에 법관 대표들이 각급 법원 의견을 수렴한 뒤 전체회의에서 입장을 정리하기가 굉장히 빠듯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다급한 마음에 너무 섣부르게 공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 절차를 강화하기로 해 놓고 ‘번갯불에 콩 굽듯’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구성할 경우 뒷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반대로 각종 절차를 지킬 경우 연말이 다 돼서야 실질 운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약속을 어기고 사법개혁을 미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에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증거 제출 등에 비협조적 자세를 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또 같은 해 9월엔 “대법원장-대법관-평판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계층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섣불리 고법 부장부터 폐지해 인사가 꼬이자 지법 부장 폐지는 논의도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해 11월엔 외부 인사 중심의 사법개혁 후속추진단에 개혁 작업을 맡겼다가 법원 내 반발이 일어나자 원래 입장을 뒤집고 법관들 의견을 반영하는 행보를 보이며 단장인 김수정 변호사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선 9월 말께 사법행정자문회의 첫 회의를 열고 10월 둘째 주 산하 위원회 첫 회의를 여는 게 목표”라며 “계획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이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고민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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