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빚으로 산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8월 들어 일 평균 90억원가량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매매 물량이 급증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손절매 물량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요동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공매도 세력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투자자들이 ‘패닉 셀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125억원에 달했다. 일 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올 6월 68억원에서 7월 81억원, 8월 93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위탁매매 미수금 또한 7월 1,672억원으로 월 단위로는 올해 최고치를 찍고 현재 1,3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고객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크게 감소했다. 급락장이 시작된 지난달 말 9조4,787억원에서 이달 6일 9조164억원으로 4,623억원이나 줄었다.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갚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중에는 빚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처분한 금액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신용으로 주식을 매수한 뒤 결제일이 됐지만 채워넣지 못한 위탁매매 미수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추가적인 반대매매 가능성을 더한다. 여기에 잠재적인 반대매매 매물로 볼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 담보융자를 합친 금액은 5일 현재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6일 장 시작 전 시초가로 처분되는 반대매매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코스닥지수가 5% 넘게 빠지며 공포감을 키웠다가 소폭 만회한 -3.2%로 장을 마쳤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2일부터 5일까지 증시가 추가 하락했기 때문에 반대매매 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더해 담보비율 하락 및 증거금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된 스톡론까지 반영하면 반대매매 금액은 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매매가 우려되는 점은 주식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하는 ‘패닉 셀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주가가 반 토막 난 상상인의 경우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일부 개인 주주들의 신용반대매매 물량이 급증한데다 투자자들의 손절매가 더해져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오 등 개인들의 투자가 집중된 코스닥 시장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연구원은 “코스피의 경우 신용잔액이 연중 고점인 5조원에서 현재 4조1,800억원으로 낮아졌고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액 비율도 0.35%에서 0.33%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은 신용잔액이 연중 고점인 5조8,800억원에서 4조8,400억원까지 낮아졌지만 시총 대비 신용잔액 비율이 2.32%에서 2.50%로 오히려 높아지는 불일치 현상이 지속되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더 출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