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중동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항행의 자유’ 필요성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에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일본·몽골 등을 거쳐 전일 늦게 방한한 에스퍼 장관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면담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관련기사 4면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회담 중 의제와 별개로 호르무즈해협 연합체 참여에 한국 정부가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7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요구한 바를 한국에도 똑같이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 장관은 “한국도 (호르무즈해협 방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우리 국민과 선박도 (해협을 이용하고) 있으니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측은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파병 요청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미국이 한미 간 공식 고위급 채널을 통해 파병의 필요성을 거론했다면 사실상 공식 요청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문 대통령을 만난 에스퍼 장관은 “북미 판문점 회동은 역사적· 감동적 사건으로 양국 간 대화가 지속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며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은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해왔다”고 평가하자 에스퍼 장관은 삼촌의 한국전 참전 경험을 언급하며 “공동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한미관계가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참여하기 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단호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