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출구 찾는 日기업, 韓수출제품 해외 생산

매출 30% 한국 수출 '모리타화학'

연내 中공장서 에칭가스 제조·납품

반도체 레지스트 만드는 '도쿄오카'

한국공장 증설해 생산 확대 검토

수출길 막히자 자구책 마련 안간힘

1016A05 한일 갈등 장기전 대비하는 日 기업(16판)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되레 일본 기업이 역풍을 맞고 있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수출 관련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철옹성 같던 점유율 마저 하락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해외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모리타화학공업이 연내 중국의 합작 공장에서 에칭가스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이나 중국의 반도체회사 등에 납품하는 것은 물론 요청이 있으면 한국에도 출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리타화학은 중국 공장에서 중간 재료인 불산을 만든 뒤 일본 공장에서 순도를 높여 반도체 세척 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를 최종 출하하고 있었지만 한국으로의 수출이 막히자 중국에서 고순도 제품까지 일괄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모리타화학의 모리타 야스오 사장은 “일본의 수출 관리 강화로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앞으로도 한일 양국에서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면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모리타화학의 분기 매출의 30% 이상을 대(對)한국 수출이 차지할 정도로 한국 비중이 크다. 한국이 에칭가스를 수입하는 국가 가운데 일본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 기업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무역 상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이 막히자 일본 기업들이 다급해졌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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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해야 할 서류가 기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나고 삼성 등 최종 고객사의 이용 상황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 것도 일본 기업에 큰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마이니치신문도 모리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서류를 갖춰도 심사가 까다로워 수출 시기를 예상할 수 없어 ‘도마 위에 오른 잉어’ 같은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반도체용 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하는 도쿄오카공업은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의 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 역시 수출 규제 조치 발표 이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등 한국 내 강한 반발에 이어 자국 내 기업들도 어려움을 호소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마이니치는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지자체와 스포츠 교류 중단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예상 이상으로 소동이 커졌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오산’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8일 일본이 수출 규제 이후 처음으로 수출허가를 낸 것에 대해서도 “개별 수출관리에 관한 안건을 경제산업상이 직접 공표한 것과 90일 걸리는 개별 심사 절차에도 한 달 만에 수출 허가를 내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수출을 허가한다는 점을 강조해 한국의 반발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일본 기업을 안심시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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