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여파가 본격화한 가운데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일부 기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불매운동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한국과 일본의 지분이 혼합된 기업이나 일본산 원자재를 수입한 기업까지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며 대응하는 모습이다.
■日 기업이 주주면 ‘불매’…일부 국내 기업, 잇따른 곤혹 치러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및 SNS에서 퍼지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 리스트’에는 일본기업 지분이 일부 섞인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다이소, 동아 오츠카 등이다. 특히 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 C의 제조사로 대중에게 익숙한 동아 오츠카는 오는 10월 열리는 서울달리기 대회의 협찬사였으나 이번 불매운동의 움직임으로 일본 의류 브랜드 미즈노와 함께 협찬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동아 오츠카는 한국 동아쏘시오그룹의 자회사로 1979년 일본 오츠카제약과 합작해 세워졌다. 동아오츠카의 지분율은 일본 오츠카제약이 50%, 한국 동아 쏘시오 홀딩스가 49.99%로 이뤄져 있다. 또 대표이사직도 양동영과 타치바나 토시유키가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아 오츠카는 해명에 나섰다. 동아 오츠카 측은 논란과 관련해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고 “동아오츠카는 국내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공지에서 회사 측은 “자사 모든 제품은 국내 협력회사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아 생산부터 수출까지 담당하고 있다”며 “현재 동아오츠카에는 약 1,000명의 한국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 오츠카 관계자도 “일본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을 공유해 화제가 된 ‘노노 재팬’의 명단에서도 동아 오츠카는 빠진 상태”라며 “일본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미국·영국 기업이라도 일본에서 원자재 수입하면 불매
원자재를 일본에서 들여오는 기업에 대해서도 “불매해야 한다”는 여론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5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가 친일기업인 것 아셨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스타벅스 식재료의 다수가 일본에서 수입된다”며 “스타벅스도 불매운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식재료는 일본, 미국, 영국 등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앞서 스타벅스 이사회의 일원으로 알려진 조슈아 쿠퍼 라모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해설위원으로 참여해 일제강점을 미화하는 발언을 했던 것과 더해져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조슈아 해설위원은 당시 “일본이 강점을 했지만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서 일본이 문화, 기술, 경제적으로 중요한 모델이 됐다고 말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스타벅스의 비아말차 제품에 ‘스타벅스커피 심각한 방사능 폐오염지역인 후쿠시마서 생산’이라는 글귀가 더해진 사진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제조사인 ‘교에이 제차(KYOEISEICHA)’는 후쿠시마와 약 700㎞ 떨어져 있는교토 아래 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될 무렵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스타벅스가 ‘독도는 일본 땅’ 캠페인을 지원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친일기업 논란에 대해 “스타벅스는 광복회 자녀 장학금 지원, 국가유물 환수 지원, 광복절 텀블러, 주미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후원 등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후원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잘못된 루머가 지속 확산된다면 스타벅스에서도 사실관계 확인 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코스매틱 브랜드 ‘러쉬(LUSH)’에 대해서도 불매 운동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쉬의 한국 법인 ‘러쉬 코리아’가 제품 수입처를 일본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러쉬는 2002년 출범 이후 줄곧 일본 공장에서 만든 화장품을 수입했으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 영국으로 수입처를 변경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부터 다시 수입처를 일본으로 바꾼 것이다. 러쉬 일본 공장은 후쿠시마로부터 약 330㎞ 떨어진 가나가와 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거리는 서울에서 포항까지의 거리다.
해당 사실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일본 방사능 오염과 관련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 네티즌은 “일본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것도 꺼려지는데 방사능 논란이 있는 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서 만든 제품을 쓰는 것이 말이 되냐”며 “일본 기업뿐 아니라 원자재까지 따져가며 소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일 관계 악화에도 전범 기업과 협업한 국내 기업에 대해 비판 목소리 나와
국내 라면 시장 1위 ‘농심’도 최근 새로운 일본 불매운동 대상 기업으로 떠올라 논란이 됐다. 농심은 지난해 일본 기업 아지노모토와 협업 계획을 발표해 한차례 불매운동에 직면한 바 있다. 아지노모토는 2012년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전범 기업 명단에 속한 기업이다. 당시 이 의원은 명단을 발표하면서 근로정신대라는 미명 아래 어린 소녀들을 착취한 기업·자신들이 매몰한 홋카이도 아사지노 비행장 우리동포 유해 발굴조차 외면한 기업·중국 해남도에 1,000여 명의 조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기업을 선정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농심 관계자는 “아지노모토가 전범 기업이라는 점을 지금은 인지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해당 논란이 일기 전부터 협업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아지노모토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기업과 협업한다”며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들이 정치적인 색을 입혀 바라보기보다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며 “농심은 확실한 한국 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