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인들이 외치는 것은 ‘반(反)일본’이 아니라 ‘반아베’입니다.”
지난 1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평화의 소녀상’을 출품했지만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의 압박에 전시를 중단당한 김서경 조각가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일관계와 관련해 “일본 분들이 이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조각가는 10일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주최로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열린 특별 심포지엄에 특별연사로 참석해 소녀상을 ‘반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하는 메시지가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소녀상은 반일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시 중단이 결정된 뒤 많은 일본 분들이 반대 시위에 나서고 철거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함께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김 조각가는 “이제야 비로소 평화의 소녀상이 제대로 알려졌다”며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아베 정부를 비판했지만 많은 일본인에게는 고마움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이 트리엔날레에 초대됐을 때는 일본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표현의 부자유전에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 야스쿠니, 일왕, 헌법 9조, 오키나와 등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이 전시됐다”며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막에 맞춰 나고야에 도착했을 때 사진을 찍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올리지 말라는 말을 듣고 불안감이 엄습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전시 중단 압력을 행사한 나고야시의 가와무라 다카시 시장이 일제 난징대학살과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는 인물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조각가는 “개막 첫날부터 평화의 소녀상을 보기 위해 많은 분이 찾아왔고 전시가 중단되기 직전 마지막 날에는 줄을 서서 관람하는 정도였다”며 “많은 관객이 오시고 작품 설명까지 세세히 읽어주시는 것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한 어린 소녀가 소녀상 어깨의 새를 보고 ‘외로우니까 새가 앉은 것이라고 표현해 놀랐다”며 “어떤 할머니는 소녀상을 보면서 ‘고맙다’며 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많은 여성과 아이들에게 잔인한 것”이라며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모티프를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분들이 평화의 꿈을 꾸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사 참석 등을 위해 전날 일본을 찾은 김 조각가는 11일 한국으로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