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한여름 산업현장과 쿨토시

김연하 성장기업부




“한여름이요? 옥상에 물을 뿌려서 온도를 낮추거나 쿨토시 등을 착용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한 공장의 직원이 한 말이다. 공장을 둘러보던 때가 점심시간이라 모든 기계가 가동을 중지했음에도 공장 내부의 열기는 여전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이마와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여름철 방문했던 산업 현장이 대부분 더웠지만 이곳이 유독 더웠던 이유는 공장 내부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장에 냉방기기가 없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 공장은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고 있어 방폭(防爆)성능을 인증받은 전기기계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30조 1항은 인화성 액체의 증기나 인화성 가스 등을 제조·취급·사용하는 장소와 인화성 고체를 제조·사용하는 장소를 가스·분진폭발 위험장소로 설정·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규칙 제311조 1항은 전기 기계·기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적합한 방폭성능을 가진 방폭구조 전기 기계·기구를 선정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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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에서 방폭인증을 받은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방폭인증을 담당하는 안전보건공단과 산업기술시험원 등 세 곳에 문의한 결과 이들이 인증을 내준 냉방기기는 1개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아직 판매는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인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기술이 충분하지 못해 제품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인증받은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거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몰래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수입한 인증 제품의 경우 가격도 일반 제품의 수십 배에 달하는데다 수리비도 만만치 않아 웬만한 중견·중소기업은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의 근로자들은 옥상에 찬물을 뿌리거나 쿨토시를 착용하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던 중기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그간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도입과 같은 ‘제조현장 혁신’을 외치며 수조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변함없이 쿨토시를 착용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중기부의 존재를, 혁신이란 단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선풍기 바람을 쐬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지는 산업 현장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본다.

yeona@sedaily.com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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