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관련 물류유통기업이나 농협·포스코 등에서 관계자분들이 저희 옷감형 인공근육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많이 물어보셨죠. 그 분야 근로자분들이 물건을 나르다가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정작 저희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도 후속 연구가 얼마나 지속될지 자신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박철훈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책임연구원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안타까움을 보였다. 지난달 11일 세계 최초로 형상기억합금(SMA)을 활용한 초저가·고효율의 인공근육(일명 옷감형 유연구동기)을 발표했지만 후속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 암담하다는 것이다.
201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의 지원 분위기는 좋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에 대해 부품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기술과 플랫폼을 확실히 국산화하려고 총 2,000억원대 규모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요 로봇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협력했고 마침내 지난해 1·4분기에 기획보고서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정책담당자가 일부 바뀌고 예산이 줄었다. 해당 2,000억원 규모의 예산 지원 대상에 기존 예산지원기간이 일몰된 서비스로봇·산업용로봇 등까지 포함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웨어러블로봇에 대한 예산배분 몫이 700억원대로 삭감됐던 것.
그나마도 해당 사업 대부분이 정부 예산편성의 중대 문턱인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떨어지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박 책임연구원은 “그나마 시한이 돌아온 기존의 ‘로봇핵심산업기술’ 사업만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선에서 예산 지원이 이뤄지는 수준인 것 같다”며 “로봇 분야 개발자들이 내년도 연구비 지원 문제로 갑갑해한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정부 예산을 타기 어려워) 저희 연구원 자체 예산으로 R&D를 진행했는데 그나마도 예산을 지난해 다 써버려서 지금은 제가 주도해 (후속 연구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세계 최초로 옷감형 유연구동기를 개발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도 후속 신개념 연구를 더 진행해 관련 특허를 다변화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는 “옷감형 유연구동기 자체는 특허를 이미 냈지만 (후속 응용 R&D를 통해) 중국 등이 해당 기술을 베껴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하고 지적재산권을 낼 수도 있어 (원천기술국인 한국이 오히려 뒤처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