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불법사이트 차단 조치' 위헌 심판 받는다

방통위 도박·음란물 사이트 차단 조치

인터넷 감청·검열 논란 휩싸여

"이용자 접속정보 일일이 확인

침해의 최소성 차원서 과도해"

대학생 헌법소원에 심판 절차 착수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도 27만 달해

인터넷 감청·검열 논란에 휩싸였던 방송통신위원회의 도박·음란물 등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차단 조치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앞서 이 조치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글이 27만여명의 동의를 받으면서 방통위원장이 소통 미숙에 대해 사과했지만 해당 조치는 철회되지 않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대학생 A씨가 지난 2월11일부터 시행된 방통위의 ‘불법정보 유통 해외 인터넷사이트 접속차단 기능 고도화 조치’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절차에 착수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의 국선대리인으로 헌법재판관 출신인 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선정했다. 방통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헌재에 답변서를 냈고 이에 대해 A씨가 이 대표변호사를 통해 답변서를 내는 식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의 쟁점은 개인의 사이트 접속정보가 드러나는 방통위의 조치가 통신비밀 감청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헌법 소원은 방통위가 불법사이트 보안접속(https) 차단에 사용하는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방식’을 겨냥하고 있다. 이 방식은 인터넷 이용자가 사이트 주소를 입력해 서버에 접속할 때 SNI 필드 영역에 노출되는 서버 네임을 이용한다. 서버 네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불법사이트 목록과 일치하면 접속을 차단해 사이트 화면을 암전(black out) 상태로 만든다. 기존 인터넷주소(URL) 차단과 도메인네임서버(DNS) 차단을 우회하는 이용자들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방통위의 요청으로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7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들이 관련 기술을 도입해 자사 인터넷 회선에 적용하고 있다. 대상은 2월 기준 도박 776개, 음란 96개, 저작권 11개, 불법식·의약품 8개 등 895개 사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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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A씨 측은 SNI 필드 방식이 인터넷 이용자들의 사이트 접속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기에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용자들이 VPN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이 차단 방식을 우회할 수 있어 조치의 실효성도 없다고 본다. 특히 SNI 필드 영역에는 ‘누가 언제 어디에 접속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기에 방통위의 조치는 통신비밀을 감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방통위 측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이란 암호화돼 송수신되는 전기통신 내용을 열람 가능한 상태로 전환해 내용을 파악하는 것인데 암호화되지 않은 채로 노출된 SNI 필드 영역은 이러한 통신비밀에 해당하지 않아 감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A씨 측은 SNI 필드 영역 확인이 ISP의 서비스 제공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이뤄지고 있어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ISP의 서버에 SNI 필드 영역을 통한 차단 내역을 남길 소지가 있어 감청·검열 악용 가능성이 높은 조치라고 지적한다. 반면 방통위 측은 정보를 수집해 차단하는 게 아니라 ISP의 서버에서 네임 매칭 및 차단 조치가 이뤄지며 ISP도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변호사는 “요즘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통신을 통해 이뤄지기에 인터넷 통신비밀보호는 통신화된 일상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NI 차단 조치는 충분히 우회할 수 있어 그 효과가 미미한 반면 유해물과 상관없는 이용자의 통신 정보까지 들여다보는 것이어서 기본권 침해가 크다”며 “이 사건을 통해 의미 있는 기준이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 조치와 관련한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글에는 26만9,180명이 동의했다. 작성자는 반대 이유로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 우회 방법의 존재 등을 들었다. 이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민청원 답변에 나서 “검열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혹시나 가능성에 대한 우려조차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관련 조치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이후 방통위는 6월 공론화협의체를 발족해 SNI 필드 차단 방식을 포함한 불법정보 규제 수준과 규제체계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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