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기저귀의 처리를 단순한 경비 절감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됩니다. 이대로 환경부가 정책을 강행하면 정부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커다란 허점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김성환(사진)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의료폐기물 관리지침에 따르면 가정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은 일반인보다 6배 이상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며 “하물며 의료폐기물로 분류된 병원용 일회용 기저귀를 앞으로 일반폐기물로 배출한다면 감염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병원에 입원한 비감염성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의 처리기준을 기존 일반의료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변경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고령화로 요양병원 등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이 급증하자 상대적으로 감염병 전파 위험이 적은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쓴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쓰레기로 처리해 인력과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울시립대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전국 요양병원 105곳에서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를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의 90%가 넘는 97곳에서 전염성이 높은 폐렴구균·폐렴간균·녹농균·황색포도상구균 등이 나왔다. 이 중 18곳에서는 법정 감염병균이자 국내 폐렴 원인균 1위를 차지하는 폐렴구균이 검출됐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은 비감염성 질환에 걸린 노인이 주로 있는 의료기관인데 의료폐기물에서 치사율이 높은 폐렴구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의료계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몸에도 존재하는 상재균이 대부분이어서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연구결과는 현행 요양병원 시스템으로는 감염성이 있는 일회용 기저귀를 안전하게 분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부 의료계에서 제기하는 일회용 기저귀의 시료 채취와 검사 방식을 둘러싼 오류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의료폐기물은 크게 격리의료폐기물·위해의료폐기물·일반의료폐기물로 나뉘는데 우리 연구팀은 전국을 표본으로 임의로 선정한 요양병원이 배출한 일반의료폐기물만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며 “가장 최신 기술인 분자진단(PCR)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한 만큼 오류가 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의료폐기물 전문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조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고려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평생을 미생물 연구에 전념해온 학자로서의 양심과 소신을 걸고 진행한 것”이라며 “우리 연구팀보다 앞서 국내에서 진행한 선행연구가 없다는 점을 알고 통계적 정확도와 신뢰성 확보에 무엇보다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다분한 이번 정책에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할 따름”이라며 “이대로라면 연말쯤 환경부 주도로 제도가 본격 시행될 텐데 학계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공청회와 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우선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