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신형 핵추진미사일 시험 중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시 지역에 뒤늦게 주민 소개령을 내렸다. 앞서 지난 8일 이 지역 군사실험장에서 발생한 미사일 엔진 폭발사고로 인근 방사능 수치가 급증하면서 이 지역이 ‘제2의 체르노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나온 조치다.
폭발사고 이후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던 러시아 당국과 지방정부는 방사성물질 유출 의혹이 속속 제기되자 일단 14일 오전부터 지역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모스크바 현지에서 이날 보도했다. WSJ는 “지방정부가 소개령을 내렸지만 무슨 이유인지, 어디로 대피할지 등 주요 정보는 여전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사고 직후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방사능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제2의 체르노빌 사태를 경고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도 13일 기상환경청 자료를 확인해 해당 지역 방사능 수준이 평소의 4~16배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원자력공사인 ‘로스아톰’은 군 실험장에서 신무기를 개발하다 발생한 이번 폭발사고로 소속 과학자 5명이 사망했다고 12일 밝히기도 했다.
미 정보당국은 사고가 난 신형 무기가 러시아명 ‘9M730 부레베스트니크’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에서 ‘SSC-X-9 스카이폴’로 명명된 이 미사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구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천하무적”이라고 자랑했던 신무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사고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우리는 비슷하지만 더 진전된 기술을 가졌다”며 미러 간 자존심을 건 미사일 경쟁에 불을 붙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