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일상愛꽃’으로 누리는 행복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꽃과 책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그 누가 행복하지 않을까” 19세기 아일랜드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꽃을 보면 행복해하고 꽃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유럽 등 화훼 선진국에서 꽃은 생활의 일부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을 구매하고 선물하는 문화를 즐긴다. 꽃집뿐만 아니라 마트 한편에서 꽃을 판매하고 있어 마치 생활용품을 사듯 정기적으로 꽃을 사고 식탁이나 테이블 등 집안 곳곳에 꽃을 두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일상에서 꽃을 즐기며 사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국가별 국민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은 스위스 15만원, 네덜란드는 11만원, 일본도 8만원 정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만2,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여전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꽃은 사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스로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조사와 선물용으로 쓰이는 것이 전체 꽃 소비의 60% 정도에 달한다.


다행히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려 식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이용해 실내를 장식하는 ‘플랜테리어(‘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또는 2주에 한 번 등 정기적으로 꽃을 배송받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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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꽃 소비문화가 국민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부터 테이블마다 꽃이나 식물을 둬 사무실이나 집에서 심신 안정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상愛(애)꽃’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일상에서 꽃을 구매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 생활용 꽃 판매 코너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2일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이로써 화훼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화훼문화를 일상에서 정착시키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화훼생산 농가 입장에서는 보다 더 안정적인 생산 기반 구축이 가능해져 소득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화훼문화 진흥을 위해 소비자에게는 꽃 소비 생활화를, 화훼산업 관련 종사자에게는 전문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선물용 위주의 꽃 소비 구조가 생활 속 화훼문화로 확산되고 위축된 화훼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훼산업법’이 제대로 화훼산업 발전을 이끌기 위해서는 유럽인들같이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듯 꽃을 사고 사무실 책상 위에 작은 화분 하나를 놓아보자. 거창한 꽃다발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곁에 둔 꽃 한 송이는 화훼농가 얼굴에 활짝 핀 웃음꽃이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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