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민주당 소속의 무슬림 유색 여성 하원의원 2명의 방문을 거부해 논란이다. 두 하원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비난의 대상이 된 민주당 유색 진보 여성 의원 4인방 중 2명이다. 사진은 이번에 이스라엘 입국을 거부당한 일한 오마(왼쪽) 의원과 라시다 틀라입(오른쪽) 의원. /AFP=연합뉴스미국 민주당 소속 무슬림 유색 여성 하원의원 2명의 이스라엘 방문이 거부돼 논란이 불거졌다.
15일(현지시간)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미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인 라시다 틀라입과 일한 오마 등 2명의 입국을 불허하기로 했다. 아르예 데리 이스라엘 내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놓고 네타냐후 총리 등과 협의해 틀라입 의원과 오마 의원의 이스라엘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데리 장관은 입국 거부 이유가 두 의원이 ‘이스라엘 보이콧’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2017년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을 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틀라입과 오마는 미국 의회에서 이스라엘 보이콧을 부추기는 주요 운동가들”이라며 두 의원이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운동을 펼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이스라엘 입국을 희망한 틀라입 의원과 오마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집중 겨냥한 민주당 진보 여성 하원의원 4인방 멤버다. 틀라입 의원은 가족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팔레스타인계이고 오마는 소말리아 난민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거침없이 비난해온 그들은 이번 주말에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스라엘의 입국 거부를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하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입국 불허를 촉구하는 트윗을 올린 직후 발표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름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에서 “오마 의원과 틀라입 의원의 방문을 허용한다면 엄청난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들은 이스라엘과 모든 유대인을 증오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애초 이들의 방문을 허용하려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내각 및 참모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결정을 바꾸게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견지해온 민주당 지도부는 반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달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입국 불허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들며 “슬픈 번복이고 매우 실망스럽다”, “이스라엘 정부가 불허 결정을 번복하길 기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스라엘의 결정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및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내 지지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사자인 오마 의원은 “이스라엘의 조치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이슬람 혐오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