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청기 시장은 개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외국산들이 장악하고 있어요. 중저가형 스마트보청기로 난청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더열림의 조동현(50·사진 오른쪽)·유정기(50·왼쪽)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산 기술로 만든 디지털 보청기로 청각장애·난청인들의 보청기 보급률도 높이고 그동안 미미했던 국산 보청기의 해외 수출 물꼬도 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난청인은 대략 500만명에 이르는 데 비해 보청기 보급률은 채 8%도 되지 않는다. 낮은 보급률의 첫째 원인은 가격이다. 시장을 장악한 외국산은 개당 150만~700만원에 달한다. 조 대표는 “저소득 난청인을 위해 100만원이 넘는 국가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실상 장애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며 “이는 성능이 우수한 중저가형 제품을 개발하게 된 동기”라고 말했다.
더열림이 지난해 내놓은 귀걸이형 보청기 ‘오렌지에이드’의 소비자가격은 88만원으로 63만원까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귀에 거는 블루투스 이어폰 방식으로 개발해 귀 모양을 본뜨는 방식인 기존 귓속 보청기의 제작상 번거로움과 가격상승 원인을 없앴다.
조 대표는 “장·노년층도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을 접목했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보청기 음량을 직접 조절하고 전화 수신 기능도 추가했다”며 “과거 낮은 품질에 40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한때 주목받은 ‘반값 보청기’와는 접근 방향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담당하는 유 대표는 작은 소리의 증폭 능력을 의미하는 평균음향이득 성능이 오렌지에이드는 60㏈로 외국산 디지털 보청기들의 2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목소리 외 잡음을 줄이는 정도인 등가입력잡음도 오렌지에이드(25㏈)가 외국산(38㏈)보다 우수하다”며 “이는 핵심부품인 신호처리 직접회로(IC)의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하고 5건의 특허 등 보청기 자체 기술을 축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더열림을 창업한 유 대표는 현대전자·팬택 등에서 휴대폰 개발에 참여하고 스마트폰 부품기업 멜파스에서 하드웨어그룹장 등을 지내는 등 25여년 동안 디지털 단말기를 연구개발한 엔지니어다. 현대그룹·KTB네트워크·동국제강 등을 거친 영업·기획 전문가인 조 대표는 2017년 더열림에 합류했다. 유 대표는 “중소기업 시절 보청기 사업을 하면서 장애인의 고충을 알게 됐고 그들을 돕는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더열림은 보청기 안에 센서를 심어 고령자의 맥박·운동량 등 데이터를 착용자의 자녀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제품도 내년 초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조 대표는 “보청기 분야를 넘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기업으로 가는 게 중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만큼 보청기 가격이 비싼 해외 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그는 “3분의1 가격의 스마트보청기로 기술력에 비해 저조한 해외 수출길을 개척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