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2021년까지 베트남법인에 5,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국내에서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와 유통업 규제, 업황의 3각 위기에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이마트, 해외 투자 규모로는 최대=19일 이마트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내년 베트남 호찌민에 2호점을 내고 2021년까지 베트남법인에 4,6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이는 이마트가 하남스타필드에 투자한 5,000억원과 맞먹는 규모로 해외법인 투자금액으로서는 최대다. 롯데에 비해 해외진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이마트 역시 내수가 규제와 침체로 부진하자 해외로 눈을 돌려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15년 12월 오픈한 이마트 호찌민점은 베트남 대형마트 중 매출이 가장 높은 매장이다. 호찌민 이마트의 매출 신장률은 2017년(24.3%), 2018년(19.4%), 올해 상반기(22.4%)로 국내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높은 신장세다. 아직 투자 단계로 영업손실을 보고 있지만 적자폭이 2016년 53억원에서 올 상반기 10억원까지 줄었다.
이마트는 인력부터 300명 가량의 점포 인력 가운데 의사 결정권자인 점장을 비롯해 직원의 95% 이상이 베트남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또 조선호텔 베이커리 출신 제빵 명장을 베트남에 파견, 현지 입맛에 맞는 빵도 개발하는 등 현지화전략이 주효했다.
◇롯데마트, 2020년까지 점포 31개로 확대=국내 유통업체로 처음으로 지난 2008년 12월 ‘남사이공점’을 오픈한 롯데마트는 베트남 진출 원조로 꼽히며 총 1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남사이공점은 현지 유통업체에서는 볼 수 없는 쇼핑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시설로 구성돼 ‘롯데타운’으로 불린다. 롯데마트는 2020년까지 베트남 내 점포를 31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年 매출 성장률 20% 베트남 신성장동력 될까=마트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신규출점·의무휴업 규제와 이커머스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 영업만으로는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마트는 2·4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를 냈고 롯데마트도 2·4분기 500억원의 손실을 냈다. 반면 이마트는 베트남 1호점을 연 후 3년 만에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2·4분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160억원의 이익을 올린 가운데 베트남의 영업이익은 2017년 80억원에서 지난해 150억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베트남 진출에 대한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직 베트남에 사회주의 관행이 남아있는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고꾸라진 롯데마트 중국의 사례처럼 대외변수가 언제나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2호점에서 3호점으로 점포를 늘릴 때 2년이란 시간이 걸린 만큼 예상치 못하게 베트남 정부가 사업 확장 과정에서 해외 자본 길들이 목적으로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있다”며 “베트남 정부의 호의가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리·박성규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