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둔화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면서 코스피 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조4,587억원 줄었다. 비금속광물, 화학, 의료정밀 등의 분야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절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전체 매출액 증가에도 영업이익 감소로 체질이 약화됐다는 지적 속에 순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지난 2011년 이래 가장 많이 감소했다.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74개사(금융업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7.09% 감소한 55조581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988조24억원으로 0.83%(8조1,290억원) 증가했다. 반면 순이익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42.95% 줄어든 37조4,879억원을 기록했다.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순이익도 43.33% 줄어든 34조753억원에 그쳤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둔화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한 유가증권 상장사 영업이익은 40조2,23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조8,407억원(14.53%)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57.95%, 79.84% 급감해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업종별로는 17개 업종 중 운수장비(46.80%), 유통업(28.62%), 서비스업(4.86%), 통신업(8.26%) 등 4개 분야를 제외한 업종의 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전기전자(-63.61%)를 비롯해 섬유의복(-73.85%), 의료정밀(-85.77%), 음식료품(-71.68%)의 순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했고 운수창고업과 전기가스업은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상장사 574개사 중 442개사가 상반기 순이익이 흑자였지만 적자 기업도 132개사에 달했다. 이중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55개사로 흑자 전환한 기업 51개사보다 많았다.
유가증권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부채비율은 110.24%로 지난해 말(105.48%)보다 4.75%포인트 증가했다. 자본총계는 1,357조4,260억원으로 3.17% 늘어난 반면 부채총계는 1,496조3,633억원으로 7.82% 증가했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 호조였던 금융업도 보험업종의 실적 악화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조7,844억원, 12조662억원으로 9.08%, 7.18% 감소했다. 증권업·은행·금융지주 등의 이익이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보험업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42.19%, 39.01%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