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의 일환으로 지하철 운행 저지 투쟁 등을 전개했던 홍콩 시위대가 ‘지하철역 청소 퍼포먼스’를 통한 평화시위를 벌였다.
19일 입장신문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무렵 홍콩 카오룽반도 쌈써이포 지하철역에는 마스크를 쓰고 물티슈와 걸레, 양동이 등을 든 여러 명의 젊은이가 나타나 청소를 시작했다. 이들은 승차권 발매기와 주변 약도가 그려진 지도 등 역내 시설을 열심히 닦았다.
퍼포먼스는 20분가량 이어졌으며 지난 11일 경찰이 콰이퐁, 타이쿠 등 지하철 역내에 들어와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을 한 것을 비판하는 의미를 지녔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이들은 “더러운 때는 닦아서 없앨 수 있지만 시민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없애기 힘들 것”이라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지난 5일 총파업 당시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는 이른바 ‘비협조 운동’을 벌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시위대는 여러 지하철역에서 지하철 운행을 방해해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등 도심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저지했다. 이들이 지하철 승차장과 차량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는 바람에 차량의 문이 닫히지 않는가 하면 이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 투쟁은 오히려 시민들의 송환법 반대 시위와 관련한 지지 여론을 떨어뜨렸다. 이에 11일 시위 후 온라인에는 경찰의 최루탄 발사로 남은 유해 물질을 말끔히 제거하는 ‘지하철 역내 청소 퍼포먼스’를 하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또 시위대는 주최 측 추산 170만 명이 참여하는 도심 시위를 비폭력으로 진행하는 ‘평화시위’ 기조로 돌아서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퍼포먼스에 대해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투쟁은 이제 평화시위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홍콩 정부가 시위대를 탄압할 빌미를 줄이고 시민들의 시위 지지 여론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