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중일 3국 외교 장관이 모인 자리에서 ‘역사’를 강조했다. 한일 갈등 격화가 한중일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한 지역 협력 강화를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 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지난 20일 저녁 베이징의 구베이수이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주최국으로서 환영 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왕 위원은 “한중일 3국은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로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과 교훈을 준다”며 “우리는 역사를 망각도 외면도 해서는 안 되며, 역사를 직시해야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한중일은 모두 세계의 중요 경제국으로 현재 일방주의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3국의 각자 이익과 공동 이익,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을 위해 함께 단결하고 도전에 맞서야 한다”면서 “3자 협력은 서로의 갈등과 모순을 넘어서야 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왕 위원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앉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만찬 도중 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오후로 알려진 한일장관회담을 앞두고 여전히 입장 차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지난 1일 방콕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 당시에도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돌아선 바 있다.
현재 한일 관계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 한일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논란 등으로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강경 일변도였던 대일(對日) 발언 수위를 낮추고, 일본이 삼성전자에 대한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추가 허가하면서 확전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양자 회담은 이날 오후 2시께 베이징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