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Biz이슈&] 불에 덴 BMW...소비자 마음부터 달랬다

발빠른 대처·적극적 사회환원

올 8월 판매량 플러스로 전환

수입차 사상 최대 리콜 위기 탈출

검찰조사·부품 안전성 입증은 숙제

2215A12 BMW국내판매량






BMW코리아가 차량 화재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 도로주행 금지 명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겪으며 외면받았던 BMW의 8월 판매량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콧대 높게 무대응으로 나섰던 여타 수입차와 달리 BMW는 주력모델의 출시에도 마케팅을 자제했다. 특히 사과에서 후속조치까지 한국 소비자들을 고려해 신뢰회복에 정성을 들였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전년 대비 61%까지 감소했던 판매는 5월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6월 -21%, 7월 -5%에서 8월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BMW그룹코리아에 따르면 BMW는 올해 8월 3,000대 이상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화재 사건으로 판매량이 추락했던 지난해 8월(2,383대) 이후 13개월 만의 판매량 반등이다. BMW의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바닥을 통과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을 걷던 BMW가 국내 시장에서 재기한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브랜드 파워뿐만 아니라 △변명 없는 사과와 신속 대응 △이익의 적극적인 재투자가 BMW를 절벽 앞에서 멈춰 세웠다고 평가했다.

2215A12 BMW사태대응일지


BMW의 사태 수습은 국내에서 터진 수입차 업체들이 결함과 배출가스 조작에 대응하는 방식과 시작이 달랐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스캔들 중 하나인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관련 소프트웨어 조작 사건의 경우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2015년 9월 배출가스 조작이 밝혀진 후 한국 시장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10월에서야 소비자들에게 사과문만 발송했다. 리콜은 1년 5개월이 지난 2017년 2월에야 시행됐다. 한국닛산 역시 2016년 캐시카이 등 디젤 모델의 배출가스 인증서를 위조해 인증받은 혐의가 드러났지만 부인하다가 3년 만인 올해 5월 고객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이 여파로 아우디는 국내 시장에서 2년여간 판매를 중단했고 닛산은 판매량이 급감해 독일차·일본차의 3강 구도가 2강 1약 체제로 재편됐다. BMW의 대응은 달랐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시점은 지난해 8월6일. 국토교통부가 수입차 사상 최대 규모인 10만여대의 리콜을 명령한 지 10일 만이다. 김 회장은 사과와 더불어 본사 요한 에벤비클러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을 포함한 4명의 책임자와 함께 자체 조사 결과 결함 원인을 엔진이 아닌 배기가스순환장치(EGR)로 특정해 의혹 확산을 막았고 국토부 발표 한 달이 되지 않은 8월20일 리콜에 돌입했다. 여기에 BMW는 지난해 10월 국토부가 명령하지 않은 차량도 예방차원에서 리콜을 단행해 현재 97%의 결함 시정 조치를 마쳤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인증서를 위조해 속였던 배출가스 사태와 차량 부품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태가 다르다는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사태 수습을 하는 BMW의 또 다른 모습은 한국 소비자들의 정서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 3월 말 서울모터쇼를 찾은 BMW 이사회 임원 피터 노타는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한국 기업이 만든 자동차 부품을 2020년까지 55%(2018년 대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BMW가 내놓은 한국 시장에 대한 이익환원은 특히 자동차 마니아들의 신뢰 회복의 바탕이 됐다고 지적한다. BMW 본사는 2009년 이후 국내 28개 부품사에 약 27조원 규모를 발주했다. BMW 제품을 사면 한국 부품사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 경영진이 대형 마트에서 안마 의자에 앉아 있는 소비자들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한국 고객은 체험해야 한다”고 본사를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2014년 아시아 최초로 드라이빙센터를 지은 사례는 유명하다. BMW코리아는 770억원을 들여 지은 영종도 센터에 드라이빙 교육과 과학 교실 등을 열어 한국 자동차 문화를 업그레이드했다. 여기에 독일 본사가 지난해 부품 등의 값을 재산정하는 이전가격조정을 통해 BMW코리아에 4,945억원, 0.6%의 금리로 3억7,000만유로(약 4,800억원)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BMW코리아는 천문학적인 리콜 부담을 덜고 올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BMW가 완전히 재기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을 산이 많다. △사건 축소·은폐 의혹 △교체 부품 안전성 등 두 가지의 숙제가 남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빠른 대응으로 사태 악화는 막았지만 그 과정에서 결함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간 쌓아온 신뢰도 허사가 된다. 김 교수는 “아직 불신이 있고 은폐 여부 등을 최종적으로 해소해야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리콜 때 교체한 EGR 부품이 수년이 지난 후에도 화재가 안 날 정도로 내구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이슈가 남아 있다”며 “(이런 의혹을 해소하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은 여전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