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단기 누적 관객 200만 돌파를 앞둔 ‘맘마미아’,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는 ‘벤허’ 등 대작 뮤지컬들이 독주하는 가운데 반짝반짝 빛나는 중소형 뮤지컬들이 선전하고 있다. 블랙 코미디 누아르 장르나 로맨틱 코미디부터 친부살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 뮤지컬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조용히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우선 2년 만에 돌아온 ‘리틀잭’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어쿠스틱, 팝 발라드, 하드 록,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녹여낸다. 이 작품은 1967년 영국을 배경으로, 밴드인 리틀잭의 보컬 잭 피셔가 첫사랑 줄리 해리슨에 대한 기억을 노래한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모티브로 해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과 슬픔의 정서가 감동을 자아낸다. 2016년 초연 이후 관객들의 요청에 의해 꾸준히 무대에 올려진 대표적인 대학로 뮤지컬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싱어롱’ 연출로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9월 8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씨어터 2관.
낭만 뮤지컬 ‘시라노’ 역시 성황을 이루고 있다. 1987년 프랑스 에드몽 로스탕이 쓴 희곡이 원작으로, 실존 인물이었던 시라노 드 벨쥬락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뛰어난 검객이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는 ‘언어의 마술사’이지만 크고 볼품없는 코에 대한 콤플렉스로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와 매력적이고 당찬 여인 록산, 빼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서툰 말솜씨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앙 등 세 남녀의 이야기가 감미로운 선율을 타고 전해진다. 중간중간 폭소를 자아내는 재치있는 대사는 덤이다. 시라노 역에는 류정한, 이규형, 조형균이, 록산 역에는 박지연, 나하나가, 크리스티앙 역에는 송원근, 김용한이 출연한다. 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최근 개막한 ‘시티오브엔젤’은 블랙 코미디 누아르 장르로 시선을 끈다. 1940년대 할리우드가 배경이다. 시나리오 작가인 스타인이 잘 나가는 영화 제작자 버디로부터 사사건건 간섭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은 스타인의 현실과 그의 머리 속의 세계가 번갈아 가면서 펼쳐진다.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무대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식 농담이나 혼돈스럽게 오가는 현실과 상상 장면 등이 관객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인 역은 최재림, 강홍석, 스톤 역은 테이, 이지훈, 버디 역은 임기홍, 정준하가 각각 연기한다.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한 ‘블루레인’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극은 아버지 존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며 시작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장남 테오. 배다른 동생이자 변호사인 루크는 형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두 형제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이 때문에 동생은 형이 아버지를 실제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도 악인을 죽이는 게 과연 나쁜 일인지 혼란에 빠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재해석해 친부살해라는 파격적인 주제를 통해 선(善)과 악(惡)의 경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테오 역은 이창희, 이주광, 루크 역은 임병근, 박유덕이 각각 맡았다. 9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