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전 이례적으로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면 보고했다. 청와대의 한일군사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막판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전일 한일 양국 전문가들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한일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지소미아 운명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고위급 주요 인사들의 막판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총리-안보실장, 이례적 긴급 회동
정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46분께 청사에 등장했다. 정 실장의 갑작스러운 청사 방문 목적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동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정 실장은 이와 달리 총리 집무실로 향했다.
청사를 떠나기 직전 취재진을 만난 정 실장은 “총리께 보고도 좀 드리고 여러 가지 상의 드릴 게 있어서”라고 청사를 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또 정 실장은 보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질문에 “제가 밝힐 수 없고 지소미아는 계속 검토할 것”이라며 “잘 아시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오늘 오후 열리기 때문에 거기서 우리가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총리와 한일 특사와 관련 된 논의를 했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 충분히 말씀드린 것 같다”고 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NSC 개최 앞두고 靑 안팎 긴장감 고조
정 실장의 설명대로 청와대는 이날 NSC 상임위에서 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할 계획이다.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에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곧바로 그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은 24일이다. 그전까지 한일 양국 중 한 곳이라도 연장 거부 의사를 밝히면 협정은 폐기된다. 하지만 연장에 대한 의견은 찬반이 팽팽하다.
일본이 이달 들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먼저 낮춘 만큼 한국 역시 상응하는 조치로서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폐기 찬성 쪽 주장이다.
반면 안보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는 동북아 역학관계에서 한미일동맹의 상징성과 역할이 큰 만큼 지소미아를 폐기할 경우 안보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청와대가 연장을 결정하되 정보 공유의 빈도와 수준은 낮추는 식으로, 전략성 모호성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 차원에서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李총리, 한일 전문가 만나 의견 청취
한편 이 총리는 전일 저녁 총리 공관으로 한일포럼 참석자 일부를 초청해 한일관계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두루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포럼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와 일본 일본국제교류센터(JCIE)가 공동 사무국을 맡고 있으며, 21~23일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양국 정계, 학계, 언론계 인사 49명이 포럼에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김준 경방 회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등이, 일본 측에서는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이오키베 마코토 효고현립대 이사장,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 사이토 켄 자민당 중의원 의원 등이 포럼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총리 공관 만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여러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오해를 풀고 서로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정영현·하정연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