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과 설비 투자 부진이 심화하면 2.2%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이 오히려 더 악화되고 홍콩 시위 등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대 성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1%대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이 총재는 일본의 무역규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돼 소재ㆍ부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경우 관세인상 보다도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일본 무역 규제와 관련 반도체와 화학 업계를 우려했다. 그는 “일본 수입 비중과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은 반도체 소재와 특수목적용 기계, 정밀화학제품 등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미래 신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와 친환경 자동차 등의 발전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입규제 대상품목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져 우리 기업의 경영계획 수립에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는 명백한 수출제한 조치이자 우리나라만을 위한 특정한 차별 조치로 WTO 규정에 위배 된다”며 “그동안 준비해온 법리 검토, 증거 자료 등을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윤·정순구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