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주식 시장과 트럼프 행정부의 밀월 관계가 끝나가고 있다. S&P 500지수는 임기 첫해 무려 21.8%나 급등했다. 그러나 모멘텀이 서서히 약화하고 있다. 7월 중순 지수는 1월 최고치 대비 3%나 떨어졌다. 호황세가 주춤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지난 9월호 ‘경기호황 파티가 끝나간다’ 기사 참조). 전 세계적으로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 가장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모든 무역 협정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선언한 후, 이런 기조를 바꾸기 위해 신규 무역 장벽을 세웠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피해자가 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 유럽연합, 일본 등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강철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다. 좀처럼 적용하지 않았던 1962년 무역 확장법(Trade Expansion Act)을 부활시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대부분이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들이었지만, 그들도 보복 조치로 무역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올 여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공격함으로써 ‘판돈’을 더 키웠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셀 수 없이 많은 미국 기업들의 주요 공급원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의 자체 무역 장벽과 해외 기업들이 중국기업과 기술을 공유해야 하는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거론하며, 수십 개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보트 모터부터 LED전구에 이르기까지, 연간 무역액 340억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였다.
중국 역시 이에 보복 조치를 단행했고, 이 싸움은 점점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7월 미국 무역 대표부(U.S. Trade Representative)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행정부 관리들은 차량과 의류 및 여러 제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관세 부과를 숙고하고 있다.
관세는 현재 세계 무역의 극히 일부분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은 아직 공황상태가 아니다. 세계은행은 무역분쟁을 고려하더라도, 2018년 글로벌 성장세가 3.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다. 리서치 기업 CFRA의 투자 전략가 린지 벨 Lindsey Bell은 “투자자들이 잘 버티고 있다. 미국의 조치는 협상 전략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시행된 가장 가벼운 수준의 관세와 보복조치들은 일부 산업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대두 재배농부터 모터사이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드슨 Harley-Davidson 같은 기업들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업들이 무역장벽 탓에 확장 및 투자 계획을 축소할 경우, G2의 전면 충돌은 주식 포트폴리오에 훨씬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무역전쟁에 가장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수도 있다. 강철 및 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이미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생산 비용은 증가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차 및 부품의 관세를 20%까지 높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급망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에겐 커다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Morningstar의 자동차 주식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휘스턴 David Whiston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제조연맹(Alliance ofAutomobile Manufacturers)은 ‘관세로 인해 미국 차 판매가 1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올해 미국 내 매출이 호조였음에도,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 주가가 시장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도 이 기업들 주식은 기피 대상으로 남아있다.
투자자들이 신중을 기해야 할 또 다른 분야는 기술 섹터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상임 고문 윌리엄 라인시 WilliamReinsch는 “중국은 그 동앉 무역 경쟁국들을 징벌하기 위해 기술 기업들에게 까다로운 검사 요건이나 기타 법적 장애물을 부과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마이크론 Micron 투자자들은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중국 법원이 자국 내 26종의 반도체 판매에 대해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CFRA의 벨은 “좀 더 광범위하게 보면, 기술 관련 주식은 좋은 선택이다. (다른 어떤 이슈보다 더) 무역전쟁의 공포는 주기적으로 영민하지 못한 투자자들을 겁을 줘 쫓아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이 좋은 사례다: 중국발 악재가 전해지자 주가가 6% 급락했다. 그러나 회사가 주주들에게 ‘매출에 끼치는 금지명령의 영향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자, 주가는 다시 반등했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아비나브 다부루리 Abhinav Davuluri는 “무역전쟁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급성장하는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한국의 삼성전자(40$) 및 SK 하이닉스 SK Hynix ($76)를 고려해볼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미-중 반도체 무역전쟁에서 한 발 비껴나 있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미 중국은 미국 수입 비중이 높은 대두에 대한 관세를 높였다. 중국의 수요 감소로 지난 4월 이후 대두 가격이 20% 넘게 급락했다. 그 결과 재배업자들은 피해를 봤다. 하지만 농산물 기업들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J.P. 모건 애널리스트 앤 두이그넌 AnnDuignan은 “아처 대니얼스 미드랜드 Archer Daniels Midland와 번지 Bunge 같은 기업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해외에서 대두 및 기타 농산물을 처리할 여력을 확보한 덕분에 무역충돌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곡물 공급망 중개자로서, 이들은 실제로 단기 수혜를 보고 있다. 미국 내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두이그넌은 특히 번지 주식($69)을 저평가 종목으로 꼽았다. 무역전쟁 이슈와 지난 6월 끝난 운송업체의 파업 탓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졌다는 게 그 이유이다.
물론 무역전쟁이 당신이 보유한 모든 주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예측은 쓸데없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TD 아메리트레이드 TD Ameritrade의 트레이딩 전략 매니저 숀 크루즈 Shawn Cruz는 “미국 대형주를 피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좀 더 단순한 접근방식”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관세로 인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위험은 중소 기업들도 대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미국 중소형주 지수 러셀 2000 Russell 2000에 포함된 기업들은 매출의 21% 정도만이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S&P 500대 기업들은 이 비율이 38%나 된다. 국내에 집중하는 기업일수록, 무역전쟁의 전면적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아이셰어 러셀 2000 ETF iShares Russell 2000 ETF(IWM) 같은 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해 미국 주식을 S&P 500과 중소형주 50:50으로 구성하는 것이 유리한 시기이다. 크루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전초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중소형주를 담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