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의 대단원을 마무리할 판결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운명이 어떻게 갈릴지에 대해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쟁점인 삼성 뇌물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반면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법률적 판단이 충돌하는 상황인 만큼 두 판결 모두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은 ‘제로’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같은 삼성 승마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하급심에선 뇌물을 준 사람은 36억원을 건넸고, 받은 사람은 70억원을 받았다는 모순적 결론을 내렸다. 삼성그룹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에 관해서도 이 부회장은 무죄, 박 전 대통령은 유죄로 판단된 상태다. 정치적 부담 탓에 대법원이 직접 형량을 결정하는 ‘파기자판’ 가능성도 매우 낮게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결국 대법원 판단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 부회장 형 확정-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 박 전 대통령 형 확정-이 부회장 파기환송,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모두 파기환송 등이 그것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피고인들은 물론 우리 정치·사회 지형까지 격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①JY 집행유예 확정 및 朴 파기환송=첫 번째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 부회장만 형이 확정되는 경우다. 이 부회장 1심은 승마 지원금 72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뇌물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영재센터 지원금은 무죄, 승마지원금은 36억원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만약 대법원이 이대로 형을 확정할 경우 이 부회장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경영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한일 통상보복 등 대외여건 악화로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권도 한결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2심대로 형이 확정받을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역시 감형 취지의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지급한 승마 지원금이 70억원에서 36억원으로 줄어들고 영재센터 후원금도 무죄로 판단되면 다시 치러지는 2심에서 박 전 대통령 최종 형량도 수정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심과 2심 모두 승마 지원금 70억원을 뇌물죄로 인정받았다. 2심에서는 무죄 결정을 받았던 영재센터 후원금까지 유죄로 인정받아 형량이 1년 더 늘었다. 현재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와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혐의 등을 포함, 총 징역 32년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이 30년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②朴 징역 25년 확정 및 JY 파기환송=두 번째는 박 전 대통령 판결만 확정되는 경우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은 국정원 특활비 최종심 여부에 따라 32년 내외로 확정될 공산이 커진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좀 더 일찌감치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선고받은 유죄를 모두 인정받을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징역살이 신세를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영재센터 후원금까지 유죄로 인정받게 되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할 만한 승계 현안이 있었다는 점도 재판 결과에 반영될 전망이다. 다시 치러지는 2심과 재상고심에서 판사들이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지 않는 이상 집행유예 선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③朴·JY 모두 파기환송=세 번째 시나리오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건이 모두 파기환송되는 경우다. 핵심 쟁점인 뇌물 혐의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기록인 이른바 ‘안종범 수첩’의 증거 능력, 공직선거법에 따른 분리 선고 주문 등 다른 이유를 들어 두 사건을 모두 파기환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종범 수첩은 이 부회장 2심에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박 전 대통령 2심은 그 증명력을 일부 수용한 바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애초 이를 가장 확률 높은 시나리오로 봤다. 이 경우 대법원은 부담스러운 정치·역사적 판결을 뒤로 미루고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된다. 다만 대법원이 6월에 심리를 모두 끝내고도 이달 말까지 판결문 작성에 시간을 들인 만큼 핵심 쟁점에 관한 판단을 판결문에서 완전히 빼지는 않을 것이란 반박도 나온다.
대법원은 현재 기자단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를 국민들에게 TV 생중계하는 안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생중계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파급력이 헌정사에서 워낙 컸던 만큼 ‘촬영 행위 등을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된 경우’라는 예외조항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 관계자는 “아직 기자단 요청 전이지만 신청이 들어올 경우 대법원장 등이 이를 바로 허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