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기저귀의 5개 중 1개꼴로 법정감염병균인 폐렴구군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환경부가 일선 의료기관에서 비감염성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의 처리 방식을 일반폐기물로 변경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6일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는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연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가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의 연구용역을 받아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팀이 수행했다. 요양기관에서 쓰이는 일회용 기저귀를 대상으로 감염병 검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1,571곳 요양병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52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은 11곳을 제외한 요양병원 141곳의 19.9%인 28곳에서 법정감염병균인 폐렴구균이 검출됐다. 이어 폐렴간균이 135곳에서 나왔고 황생포도상구균 (134곳), 프로테우스균(95곳), 포도상구균(84곳) 등이 검출돼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환경부는 이르면 10월부터 전국 의료기관의 비감염성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의 처리 방식을 기존 의료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변경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고령화로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이 늘어나자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안일한 정책으로 자칫 ‘메르스 사태’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확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병운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사무국장은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임기응변식으로 제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의료폐기물 소각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법정감염병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간한 ‘2018년도 감염병 감시연보’를 보면 지난해 수두, 백일해, 유행성이하선염 등 법정감염병 환자는 17만명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해 4.7배가 늘었고 사망자는 383명을 기록했다.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의료폐기물 관리지침에 따르면 가정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은 일반인보다 6배 이상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며 “환경부의 이번 정책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적극 참여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