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늘의 경제소사] 말과 철마의 대결

1830년, 미국 철도의 탄생

2815A35 경제소사



1830년 8월28일 볼티모어·오하이오(B&O) 철도 노선에서 기차와 말의 경쟁이 펼쳐졌다. 기차와 말의 경쟁. 객차 1량을 단 소형 증기기관차와 레일에서 달리되 말이 끄는 마차가 속도 대결을 벌인 것이다. 역사는 이날의 경쟁을 ‘근육과 기계의 1대1 경주(The One-on-One Race between Muscle and Machine)’ ‘말 대 철마(Horse vs Iron Horse)’ ‘생물학적 말과 기계적 말의 대결’로 기억한다. 누가 승리했을까. 말이 이겼다. 말은 철로의 주인공이 됐을까. 정반대다. 철마는 전투에서 졌으나 전쟁에서는 이겼다.


북미 대륙에 이 소식이 퍼지며 철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너나없이 철로를 깔았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은 말과 기차의 경주 역시 의도하지 않게 열렸다. 미국 최초 철도인 B&O 노선이 개통된 시기는 영국보다 불과 2년 늦은 1827년. 하지만 관심권 밖이었다.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개막식에 초청됐으나 오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체서피크·오하이오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정작 B&O 노선에도 기차는 없었다. 영국은 기관차를 수출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기관차를 대신할 후보로 풍력과 말, 두 가지를 올렸다. 객차에 돛을 단 전자는 자주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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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정성이 입증된 짐마차 방식을 썼다. 1720년대부터 나무 궤도를 깔고 말이 사람과 물자를 수송했던 경험을 살린 것이다. 철도 아닌 철도가 부정기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구세주가 나타났다. 39세 엔지니어 피터 쿠퍼가 북미 최초의 기관차 ‘엄지손가락 톰(Tom Thumb)’을 제작한 것이다. 17세기 영국 동화에서 이름을 따온 소형 기관차는 1.4마력에 불과했으나 시운전에서 시속 21㎞로 달렸다. 귀로에서 말이 끄는 역마차와 마주쳤을 때 B&O사는 즉흥적으로 둘의 대결을 치렀다.

처음에는 기차가 앞섰으나 바로 고장이 났다. 수리하는 동안 말이 이겼다. B&O사는 내심 ‘국산 기관차’의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이듬해인 1831년 최대 시속 48㎞급 기관차가 등장하면서 말을 밀어냈다. 미국 철도 총연장은 1890년대에 26만㎞를 넘었다. 철도는 물류 활성화와 지역 발전, 기업 대형화와 자본 집중으로 이어지며 미국 자본주의를 낳았다. 미국 최초의 기관차 설계자인 피터 쿠퍼의 이름은 지금도 살아 숨 쉰다. 맨해튼 한복판의 강소대학 ‘쿠퍼유니온’이 그의 기부로 설립된 학교다. 독식보다 나눔이 더 고귀하고 오래간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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