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편안함 주는 오페라…마법의 시간 선물"

■내달 6~7일 야외오페라 '마술피리' 이회수 연출가

독일어 대사 한국어로 번안하고

노을·바람 등 야외 특성에 집중

'오페라=어렵다' 편견 깨기 노력

클래식 저변 확대에 사명감 커

이회수 연출가. /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이회수 연출가. /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



“상징성을 찾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려운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편하게 즐기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술피리’라는 제목처럼 마법 같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야외오페라 ‘마술피리’의 이회수(45) 연출가는 “관객들이 공연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야외 무대에서 열리고 대사를 모두 한국어로 번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공연은 마포문화재단이 다음달 3일부터 개최하는 ‘제4회 엠팻(M-PAT) 클래식음악축제’의 하나로 6~7일 양일간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 내 평화의공원에서 펼쳐진다.

이 연출은 “배우들의 독일어 연기를 한국어 자막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우리 말로 하는 게 호응이 높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같은 결정은 쉽지 않았다. 대사를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이 단순하지 않은 데다 자칫 유치해지고 오히려 관객들이 더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자들도 독일어 대사가 더 익숙한 실정이다.


야외오페라 형식도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지만 연출자 입장에서는 숱한 어려움을 동반한다. 우선 극장 내부가 아닌 탓에 무대 이동 등에서 기계장치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 이 연출은 “노을이 지거나 바람이 부는 등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 요소를 공연 내용과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룰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가령 오후 8시 시작하는 만큼 해가 지면서 점점 변화하는 하늘의 색깔을 고려해 조명을 넣었고, 무대에 액자 구조를 만들어 휑한 느낌을 줄여 관객들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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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도를 하는 이유는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그는 “가족들과 야외에서 편하게 앉아 관람하다 보면 관객들이 오페라라는 장르도 괜찮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라며 “클래식 저변 확대에 동참하고 싶고 사명감도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엠팻의 야외오페라는 올해로 세 번째다. 첫 회는 1,500석 규모로 1회로만 진행했다가 2회부터 회당 2,000석씩 이틀로 편성됐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전석 매진됐다. ‘노쇼(No show)’로 인해 관객들이 예매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 올해부터 무료에서 전석 3,000원 유료로 바꿨지만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

한국 오페라계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는 원래 소프라노였다가 연출로 진로를 돌렸다.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로마로 유학을 떠나 성악뿐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폭넓게 보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마국립예술원 연출과를 최고 점수로 졸업하고 로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세계적인 연출가들과 함께 일하며 경험을 쌓아 왔다. 2008년 귀국 후 연출한 작품 ‘호프만의 이야기’ ‘손양원’ ‘카르멘’ 등이 잇따라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수상했다.

그는 “노래할 때는 내가 최고가 돼야 하고, 많은 무대에 서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연출을 하면서 공부한 것은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연출은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제가 원하는 부분을 무대에서 표현해주는 이들은 가수”이라며 “연출을 하며 소통·나눔·이해에 대해 고민하게 됐는데 연출가를 꿈꾸는 후배들도 생각해 볼 만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 연출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이 등장했지만 앞으로 클래식과 성악 등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클래식이 추구하는 것은 인간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인데 기계는 어떤 감동도 선물할 수 없다”며 “순수예술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휴머니즘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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