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98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산율 0명대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전년(1.05명)보다 0.08명(7.1%)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해당 수치가 1.00명 밑으로 내려간 국가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일본(1.42명)과 대만(1.06명), 싱가포르(1.14명) 등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모두 한국을 웃돌았다. 인구가 67만명에 불과한 도시국가 마카오(0.92명)만 한국보다 낮은 합계출산율을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압도적 꼴찌다. OECD 회원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 평균은 1.68명이다.
지난 10년간 10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저출산 문제는 악화 일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143조원에 달한다.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 출생아 수는 2만4,051명으로 지난해보다 2,306명(8.7%) 줄었다. 월별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부터 39개월 연속으로 동월 대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낮은 합계출산율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과거 남아선호사상으로 아이를 낳을 30대 초중반 여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문제”라며 “이제 와서 합계출산율을 높일 만한 뾰족한 정책은 마땅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출생아 수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2·4분기 합계출산율은 0.9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0.98명)보다 더 추락했다. 일반적으로 연초 출산율이 연말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만명을 넘기지 못하면서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성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40대를 뺀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20대 후반(25~29세) 41.0명, 30대 초반(30~34세) 91.4명, 30대 후반(35~39세) 46.1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6.9명(-14.4%), 6.3명(-6.4%), 1.1명(-2.3%)씩 일제히 줄었다. 이에 따라 처음으로 20대 후반의 출산율이 30대 후반보다 낮아졌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20대 후반이 30대 후반의 3배를 웃돈 것에 견줘보면 엄청난 변화다.
이런 현상에는 비혼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6월 혼인 건수는 1만7,946건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664건(12.9%) 감소했다. 6월 기준 혼인 건수가 2만건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8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특히 전국 17개 시도를 통틀어 전년 동월 대비 혼인 건수가 늘어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봐도 올해 2분기 혼인 건수는 6만1,0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89건(7.8%) 감소하며 역대 최소 기록을 경신했다. 일반혼인율(1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남성이 11.0건, 여성이 10.9건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0건, 0.9건씩 낮아졌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간 혼인 건수가 7년째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혼인 건수 감소가 출생아 수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사망자 수는 14만6,6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고 이혼 건수는 5만5,071건으로 지난해(5만2,687건)보다 4.5% 증가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