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인천시 중구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평일임에도 바닷가 곳곳에는 다소 늦은 피서를 즐기는 가족단위의 관광객들과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휴가철이 끝난 과거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이 없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던 예년의 무의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4월30일 무의대교가 임시개통된 뒤 4개월 만에 찾은 무의도는 과거 인천의 변방에서 무의대교 개통 이후 수도권 시민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균(47) 사장은 “무의대교가 임시 개통된 이후 관광객이 밀물처럼 밀어닥치고 있다”며 “식당 뿐만 아니라 여러 상점들 대부분이 장사가 예전보다 두 배 이상은 잘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무의대교 개통 이후 무의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다리가 놓이기 전보다 평일은 9.4배, 주말은 4.6배나 늘었다. 섬 내 차량 통행량도 평균 2,715대, 주말에는 4,439대에 달했다.
무의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를 법 하지만 현지 상인들은 오히려 고민이 커지고 있다. 몰려드는 인파를 소화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모처럼 맞은 호황이 ‘반짝 특수’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무의도를 다녀온 관광객들이 물 부족과 주차불편을 호소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현지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물 부족이다. 현재 무의도에는 지하수를 끌어쓰는 마을 상수도가 단 한 곳 있다. 이 상수도는 하나개 해수욕장 인근 100여 가구 주민 139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8년 전인 2011년 하루 최대 18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섬에 추가로 설치됐지만, 지금은 전기 요금 문제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하루에만 수백 톤에 가까운 물이 필요하지만 마을 상수도로 공급할 수 있는 물은 최대 150톤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무의도 주민들을 위해 수돗물 3,375톤, 미추홀 참물 6,720병을 따로 지원했지만 역부족이다. 이영석 하나개 해수욕장 유원지 번영회장은 “무의도에 물이 부족하다는 입소문이 나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가 줄어들까 주민 모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식당은 물론 숙박업체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족한 주차공간도 문제다. 이 회장은 “지난 주말에도 3,000대에 가까운 차량이 몰렸지만 40%는 되돌아 갔다”며 “무의도의 주차난을 해결하려면 적어도 1,000면의 주차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 민원이 빗발치자 관련 기관들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우선 올해 12월까지 섬에 15톤 급수차를 지원해 하루 75톤가량의 식수를 제공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송수관과 배수관 등 상수도 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또 내년 혹은 후년 준공을 목표로 큰무리 마을~실미도 해수욕장 입구, 하나개 삼거리~하나개 해수욕장 등 구간에 송·배수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 중구는 오는 2022년까지 용유·무의지역에 2,687억원을 투입해 도로, 주차장 등을 확충할 방침이다.
하지만 무의대교 개통 이후를 예측해 미리 대비하지 못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무의대교 정식 개통 이후 관광객들이 더 늘어날 경우 이렇다 할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무의도의 한 주민은 “무의대교 임시개통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미리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당국에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당장 가을 바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을 어떻게 맞아야 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의도=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