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美 불만에도…對日 메시지 더 세지는 文

■文 "日 정직해야 한다"

"한번 반성했다고 끝나는 거 아냐"

'日에 갈등 원인' 강조 의도인 듯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과거의 잘못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덧내고 있다”며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과거사 반성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독일과 비교하며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데 대해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갈등의 원인이 일본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에서 “독일이 과거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시시때때로 확인하며 이웃 유럽 국가들과 화해하고 협력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은 나라가 됐다는 교훈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한다는 것은 끝이 없는 일이다. 한 번 반성을 말했으니 반성은 끝났다거나 한 번 합의했으니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는 식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지난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온몸으로 사죄한 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9월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비해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역사 앞에서 얼마나 정직한지 다시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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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외교 문제에서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일갈등 심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본의 부당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직접적인 원인인 만큼 일본이 이를 철회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능히 헤쳐나갈 수 있다”며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조치도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권국가’로서 과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연계한 일본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28일 브리핑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차장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다자주의가 퇴보하는 대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며 “격동의 시대에 기존의 현상유지적이고 단편적인 대응만으로는 큰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거기에 대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우리 정책을 수립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이라는 기존의 대응법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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