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여명] 이해진, 김범수, 이재웅...그들은 버틸 수 있을까

박태준 바이오IT부장

ICT공룡 '국가 위의 기업' 군림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 ICT업체

같은 무대서 경쟁 힘겨워 보여

정부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길




‘네덜란드 샌드위치를 곁들인 더블 아이리시 커피(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는 말이 있다. 입맛을 돋우는 달콤 쌉싸름한 느낌과 달리 이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어떻게 세금을 덜 내는지 그 방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간단히 요약해보자. 해외영업을 통한 수익은 구글이 아일랜드에 세운 자회사 A로 모인다. 이 돈은 다시 네덜란드 자회사 B에 배당금으로 지급된다. 특이하게도 아일랜드 조세법은 ‘선배당 후과세’다.


네덜란드 B사로 이전된 배당금은 다시 아일랜드 자회사 C로 전달되고, C는 버뮤다에 있는 자회사 D가 실질적인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런데 버뮤다에는 법인세가 없어 C사도 이를 적용받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미국의 IT매체 WCF테크에 따르면 구글은 이런 방법으로 2017년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세금을 덜 냈다.

절세인지 탈세인지 헷갈리는 이런 기법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구글의 지난해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5조4,098억원(정부 추산), 유튜브 광고매출은 1,169억원이다. 하지만 구글이 낸 전체 세금은 2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비슷한 규모의 매출(5조5,869억원)을 올린 네이버는 4,887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ICT 공룡들의 조세회피는 해마다 국제사회의 이슈가 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주요7개국(G7)이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계 ICT 공룡기업들이 역외국가에서 올리는 매출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데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가 주도한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조치로 프랑스 와인의 관세 강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다국적기업을 넘어 이제는 ‘국가 위의 기업’으로 군림하는 ICT 공룡들의 자신감을 확인할 때마다 이들과 같은 무대에 서 있는 토종 ICT기업들이 힘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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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도 유튜브로 한다는 요즘인데 네이버가 앞으로도 영원히 국내 검색시장에서 구글에 앞선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 세계에서 자국 기업이 검색시장에서 구글에 앞선 나라는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뿐이다.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 공동체’는 이제 어엿한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지만, 93개의 계열사를 통틀어 연 매출 2조4,000억원 수준에 아직도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우버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이뤄보겠다던 이재웅 대표의 타다는 정부가 짜놓은 이상스러운 판 위에 섰다. 거기서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우버의 도전을 뿌리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인 조성욱 교수의 간담회 발언은 좀 달랐다. 그는 “구글·애플·네이버와 같이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대표적인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ICT 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정보독점력, 독과점 지위 이용’ 등을 꼽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 네이버가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커졌던 걸까. 정부의 규제가 국내외 기업들을 모두 동일한 선상에 놓고 적용됐을 때 그것이 어느 쪽에만 ‘덫’이 되는지 수도 없이 봐온 터다.

지난 6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한 콘퍼런스에서 “세계는 지금 구글이라는 시가총액 1,000조원대의 기업이 역사상 처음 탄생한 인터넷 제국주의 시대”라며 “삼별초처럼 거인들에게 저항하며 버텨 살아남은 회사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그들은 버틸 수 있을까. 10년 후에도 사람들이 네이버 네모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카카오톡을 날리며, 타다를 탈 수 있을까.

몽고에 맞섰던 고려의 삼별초는 결사항전을 택한 지 3년 만에 제주도에서 최후를 맞지만 그들은 버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인터넷 제국주의에 맞서는 21세기의 삼별초가 정부의 또 다른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기를 기도한다. /june@sedaily.com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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