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과잉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내림세를 이어왔던 D램 가격이 8개월 만에 하락을 멈췄다. 낸드플래시는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메모리 업황 회복 시기가 내년 상반기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일 업계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DDR4 8Gb) 가격은 이날 기준 평균 2.94달러로 한 달 전과 같았다. D램은 지난해 12월 소폭 상승한 후 올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낙폭은 59.4%에 달했다. 무려 8개월 만에 보합세를 기록한 셈.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생산 차질 가능성에 대비한 수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 구매자들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며 “그 결과 D램 업체들이 재고에도 불구하고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D램 하락세가 중단된 것은 재고 소진, 수요 회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만큼 D램 가격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업황 회복 시기가 점점 더 뒤로 밀리고 있다”며 “보합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드라이브 등에 사용되는 낸드(128Gb MLC) 가격은 4.11달러로 지난달 말(4.01달러)보다 2.5% 상승했다. 2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상승 폭은 지난 2017년 3월(13.9%)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였다. 그러나 고점인 2017년 8월 가격(5.87달러)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에서 “D램 현물가격 급등이 계약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 관측도 있었으나 최근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가 한국의 메모리 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 주요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화수소 수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소재 부족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D램 가격 전망과 관련, “소재 부족 변수가 사라졌다는 것은 D램 가격 흐름이 다시 수급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의미한다”며 “여전히 높은 재고 수준이 가격 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 대해서는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 정전에 따른 가동 중단 여파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며 당분간 시장 상황은 유동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