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든 흙수저든 포커판에서는 다 똑같아’라는 영화 속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나머지 열등감으로 가득한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요약하는 명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 3’)에서 주인공 도일출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32·사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도박판을 배경으로 한 범죄 영화이면서도 청년 세대의 현실적 고민을 담은 시나리오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출연을 결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독특한 재능의 출현을 알리고 이후 ‘동주’ ‘변산’ ‘사바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실력을 연마한 그는 명절 대목에 개봉하는 대작 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며 경력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타짜 3’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도일출을 중심으로 모이거나 흩어진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인 그는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으나 밤마다 드나드는 도박장에서 천부적인 솜씨를 발휘한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인 타짜 짝귀로부터 물려받은 피 덕분이다. 박정민은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캐릭터를 맡다 보니 걱정도 많았고 현장에서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면서 “타짜 ‘애꾸’를 연기한 대선배인 (류)승범 형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류승범의 열렬한 팬이었던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해달라는 부탁을 전하기 위해 직접 손으로 쓴 ‘러브레터’를 보냈다고 한다. 박정민은 “‘선배님의 모든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는 내용을 꾸밈없이 적어 보냈는데 형이 출연을 결정해줘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며 “얼마 전 시사회 때 형 옆에 서 있는데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전했다.
신기(神技)의 포커 실력을 뽐내는 인물을 연기한 만큼 ‘타짜’다운 손놀림을 완성하기 위해 크랭크 인 직전까지 부단히 연습했다. 그는 “캐스팅되고 나서부터 6~7개월을 마술사 도움을 받으면서 연습했다”며 “관객들도 배우가 직접 카드 기술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싶어 할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된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 젊은 배우는 굉장히 논리적이고 달변가의 기질이 있는 청년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생각을 풀어냈고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얘기들은 하나같이 귀담아들을 가치가 충분했다. 무엇보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다. 그는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며 “이번 신작 역시 ‘타짜’ 시리즈를 오랫동안 좋아했던 감독님, 연기자, 스태프들이 뭉쳐 재밌는 오락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초중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지켜보며 자랐던 배우로서 젊은 영화인들과 또 한 번의 황금기를 일구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그것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 선배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