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제는 가성비가 높지 않은 정책일 수 있습니다. 단시간에 변화도 어려울 수 있죠. 하지만 고객에 대한 기본자세입니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이 취임 이후 팔을 걷어붙인 정책은 가격표시제다. 시장이 정확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소진공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점포별 가격표시율은 66.9%다. 조 이사장은 올해 이 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장 수로는 올해 100곳, 내년 200곳, 오는 2021년까지 500곳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진공은 7월17일부터 약 한달간 가격표시 집중시행 기간을 운영하고 점포별 1대1 상담지도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이 제도의 필요성을 현장에 알리고 있다.
조 이사장도 7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아 ‘전통시장 가격표시제 우수시장 팸투어’를 진해했고 서울 별빛남문시장에서 직접 소개자료를 상인에게 나눠줬다. 망원시장은 현대화에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5년 전부터 가격표시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2017년 7,500명이었던 일 평균 고객이 지난해 2만명까지 늘었다.
물론 가격표시제가 도입되더라도 전통시장만의 문화인 ‘흥정’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는 일종의 가격상한선으로서만 역할을 한다.
“가격표시제는 상인들의 서비스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겁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을 추천하고 상인들도 가격이 왜 중요하고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겠죠. 가격표시제 도입 전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분석작업을 시작했어요. 이와 함께 좋은 사례를 일반에 더 많이 알리는 일도 찾고 있습니다.”
조 이사장은 현장행정이 상인의 서비스 마인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다양한 현장을 누빈다. 지난달 8일에는 대전의 6개 공공기관이 전통시장 찾기 캠페인을 벌인 뒤 시장과의 자매결연으로 이어졌다. 그의 제안으로 이뤄진 뜻깊은 변화다.
“소진공이 설립된 지 6년 됐습니다. 만나본 지역상인 중에서는 ‘소진공 이사장 처음 본다’ ‘힘이 난다’고 신기해하거나 칭찬을 해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시장 살리자는 구호보다 공공기관부터 전통시장을 자주 찾아야 해요. 제가 먼저 시장 벽면에 페인트도 함께 칠하고 화재도 점검하자고 제안했죠. 전통시장은 한 번 다녀갔다고 해서 좋아지는 곳이 아닙니다. 자주 찾아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