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를 거친 정종환 디알코퍼레이션 대표는 동대문에서 사업을 하는 가족 덕에 원단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동대문은 수 천개 원단가게가 모인 우수한 인프라를 갖췄지만 유통 시스템이 80년대 후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며 창업을 결심했다. 그 동안 필요한 원단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던 소비자들을 대신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단 플랫폼 ‘키위’를 출시한 것이다.
2일 서울경제와 만난 정 대표는 “원단 시장은 단일 규모로 글로벌 700조원에 이르는 큰 시장이지만 원단 관련 정보를 한 데 모은 플랫폼은 없었다”며 키위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키위는 원단과 부자재 등 패션 재료 데이터를 수집해 온라인 상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어플리케이션)다. 원·부자재를 찾는 소비자에겐 다양한 상품을 짧은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도록 하며 원단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수익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창업한 정 대표는 직원들과 직접 동대문 및 전국 원단 시장을 돌아다니며 원단 판매 정보를 확보했다. 그 결과 현재 6,700여개의 제조·유통사들과의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정 대표는 “창업 초기 상인들로부터 원단 정보를 얻고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는 것을 동의 받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상인들과 접촉하며 현재 동대문 원단 상점의 99%의 정보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한 네트워크를 전국 단위로 넓혀 유통사 뿐 아니라 제조사와 협업해 소비자가 원하는 원단을 생산, 조달할 수 있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원단 유통정보를 플랫폼에 올리는 것 뿐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들에 필요한 원단이 무엇인지 추천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키위 라이브러리’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패션 디자이너들이 직접 원단을 만져보고 이들에게 필요한 원단을 역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다. 정 대표는 “원단이라는 아이템의 연결성을 높이는 게 우리 회사의 미션”이라며 “원단은 컴퓨터처럼 사양을 객관화하기가 어려운 상품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과 상품을 연결해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벤처캐피탈(VC)등 투자은행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초 4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이후 연말에 16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시리즈A의 경우 슈미트, 뮤렉스파트너스, 빅베이슨캐피탈 등 다수의 VC들이 참여했다. 정 대표는 투자 유치 배경에 대해 “단일규모로 원단시장 규모가 큰 편이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기업이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경영 계획은 제조·유통 네트워크를 바이어에게 연결시켜주는 일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당장 이 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추계 인터텍스타일 국제섬유전시회’에 다수의 국내 원단 업체와 함께 참석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네트워크 규모가 확장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일정 (네트워크) 규모만 확보되면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BM)은 자연스럽게 생성·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