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화재시험장을 세계적 안전 인증기관 UL이 인정했다. 글로벌 건설현장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UL이 지정한 안전시험장에서 화재시험을 거쳐야 하는 만큼 KCL 시험장을 찾는 국내외 기업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CL은 2일 강원도 삼척에 있는 실화재시험장이 글로벌 안전인증기관 UL의 화재 안전인증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았다고 밝혔다. UL은 120년 이상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안전표준 및 기준에 따른 수천 종류의 제품을 시험하고 인증하고 있는 기관으로, UL이 미국 본사 외 화재안전인증 시험소를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지브 제수다스 UL 인터내셔널 사장은 “UL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보다 안전하게 산업 현장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해왔다”며 “UL인증을 거친 만큼 한국 건축 내·외장재 관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UL의 한국 화재시험장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KCL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유관기관으로 건설재료·생활용품·에너지·환경분야 제품의 시험·검사 및 인증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2016년 삼척시로부터 종합 화재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소방방재산업 관련 시험인증 및 정부 연구개발 (R&D) 사업을 수행해왔다. 특히 우수한 검증 인프라를 갖춘 삼척 실화재시험연구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시험수요를 넘어 해외 인증 분야까지 업무를 확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윤갑석(사진) KCL 원장은 “이번 시험소 지정은 UL과 2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험장비의 신뢰성 및 연구 인력의 능력 등 철저한 검증을 거쳐 지정 받았다”며 “글로벌 인증기관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해외 시험 수요를 발굴해 시험인증기관의 국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관련기업의 해외수출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KCL은 삼척 시험장에서 스티로폼 단열재, 벽지, 페인트, 바닥재 등 다양한 건축 내·외장재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화재 시험의 경우 UL이 규정한 화재 시험(UL 723)을 진행하고 시험을 거친 제품은 성적에 따라 A·B·C 등급으로 분류한다. KCL이 UL 인증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건축법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전 설계 법규가 UL 723에 따른 시험 성적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정 건축물에는 UL 723 시험을 거쳐 B 등급 이상을 받은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식이다. 다시 말해 UL 723 시험을 거치지 않으면 미국 현지 회사에 납품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에 내외장재를 납품하려던 업체들은 UL 본사가 있는 미국에까지 가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아울러 삼척시험장을 찾는 해외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CL 관계자는 “미국의 대형 설계회사 및 시공사에서 발주된 대규모 공사에 건축자재를 납품하는 경우에 별도의 성적서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에 가지 않고도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아시아나 중동 지역 다수 기업이 시험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시험장 인증으로 KCL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CL이 UL과 협력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 실내공기질 분야 최초로 UL 그린가드 인증 시험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린가드 인증은 미국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LEED)와 미국 환경청(EPA)에서 인정하는 대표 환경인증제도다. 양측은 지난해에도 △건축자재 및 생활용품 분야 시험 인증, 전기전자제품 UL 안전인증 확대 △신규 시험인증사업 공동개발 등 업무 전반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