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루퍼 대표“루퍼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여행자를 위한 스마트 패션’ 브랜드입니다.”
이용우(31·사진) 루퍼 대표는 4일 서울 강남 위워크 선릉2호점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루퍼는 여행자를 겨냥한 가방인 ‘루퍼 닉(Nick) 백팩’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 백팩은 지난 4월 와디즈와 킥스타터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첫 선을 보인 후 한 달 만에 초도 생산물량 500개를 다 팔아치웠다. 와디즈 기준 판매액은 목표액의 4,309% 수준이었다. 지난달 와디즈에서 실시한 ‘앙코르 펀딩’에서도 목표액의 1,100%를 모집했다.
루퍼 닉 백팩은 일반 백팩이지만 캐리어만큼의 용량을 보유한 제품이다. M사이즈 기준으로 기본 폭은 14.5cm지만 길이를 늘이면 20.5cm까지 늘어난다. 최대 용량은 33ℓ에 달한다. 공간을 크게 세 개로 분리해 의류·액세서리, 전자기기, 귀중품을 나눠서 보관할 수 있게끔 했다.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모서리각이다. 모서리에 각을 세워 최대한 직사각형처럼 만들어 가로로 놓든 세로로 놓든 자연스럽게 했다. 이 덕분에 루퍼 닉 백팩은 크로스백·서류가방처럼 메고 다닐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백팩을 취급했던 건 아니다. 그는 지난 2017년 분실방지용 액세서리 ‘루퍼 테슬’을 선보이면서 스타트업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액세서리엔 블루투스 칩이 내장돼 있어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휴대폰에 깔린 ‘루퍼’ 애플리케이션과 연결이 끊기는데 휴대폰과 테슬에서 자동으로 알림이 울리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 제품으로 지난 2017년 ‘슬러시(SLUSH) 도쿄’에서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슬러시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테슬 사업을 지속하진 않았다. 이유는 자신에게 필요 없는 제품이라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디자인 측면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액세서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을 찾기 위해 나선 6개월간의 여행길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유럽에 갔을 때 캐리어를 들고 다녔는데 엘리베이터와 대중교통이 우리나라보다 잘 안 돼 있어 불편함을 느꼈다”며 “캐리어처럼 용량이 넉넉하면서도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이 제품을 기획하면서 특이한 방식을 적용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제품을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의 이름인 ‘닉’도 기획자인 자신의 영어 닉네임을 따서 지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제품마다 (기획자의) 페르소나를 정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획 방식 덕분에 루퍼 닉 백팩엔 독특한 기능이 다수 들어갔다. 이 대표 자신이 여행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경험을 해소하는 아이템이 실제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가방끈 안에 교통카드를 넣을 수 있는 ‘카드 포켓’, 유심 카드를 보관할 수 있는 ‘SIM 카드 보관 파우치’ 등이 대표적이다. 셔츠를 구김 없이 보관할 수 있는 ‘셔츠 포켓’, 노트북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노트북 포켓’도 이 대표의 특성을 드러낸다. 그는 “스타트업 대표로 일하다 보니 출장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며 웃어 보였다.
이 대표의 목표는 ‘패션’과 ‘기술’을 모두 이뤄내는 것이다. 지금은 분실 방지 기능이 들어간 라벨을 개발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을 라벨로 만들어 가방에 달면 가죽 제품에도 통신장치를 넣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이 아이디어가 실제 개발로 이어지면 루퍼가 개발하는 여행용 제품마다 앱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향후 우리 패션 제품군을 모두 아우르는 앱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