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3연패 '벼랑끝' 존슨, 다음수는 총선 재시도?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안 통과

조기총선·'반란파' 출당 막혀

상원 필리버스터로 시간 끌고

정회 직전 선거 카드 꺼낼 듯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틀 사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관련해 진행된 세 차례의 하원 표결에서 3연패를 당하며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다. 하원 주도로 브렉시트가 내년 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짙어진 가운데 오는 10월 말 브렉시트 강행을 주창해온 존슨 총리는 리더십 훼손을 넘어 정치생명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위기에 직면한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하원은 4일(현지시간) 표결에서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찬성 327표, 반대 299표로 가결했다.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연기하는 내용이다.


이에 반발한 존슨 총리는 곧이어 다음달 15일 조기총선안을 발의했지만 찬성이 298표로 하원의원의 3분의2 이상에 해당하는 가결 정족수(434표)에 한참 못 미쳐 부결됐다.

하루 전인 3일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안 표결을 위한 동의안(찬성 328표, 반대 301표)이 통과된 것을 포함하면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첫 하원 표결이자 브렉시트를 둘러싼 첫 의회 격전에서 3연패의 굴욕을 맛본 셈이다.


마지막 승부수였던 조기총선까지 좌절되자 외신들은 일제히 존슨 총리가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경우 ‘의회 정회’ 등 초강수를 뒀던 존슨 총리의 정치생명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동당 주도로 그에 대한 불신임투표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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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더타임스는 “강경파 그룹인 ‘1922위원회’를 비롯한 보수당 내 주요 의원단체들은 자신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의원 21명을 출당시키기로 한 존슨 총리의 결정에 반발하며 출당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간 가디언은 사설을 통해 “영국 정치에서 보수당의 가치 있는 전통을 소멸시켰다”고 비난했고 뉴욕타임스(NYT)도 “존슨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의회에서 의원들이 존슨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심지어 당내 의원들조차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은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5일 EU 잔류를 지지했던 존슨 총리의 동생 조 조슨 보수당 의원이 기업부 부장관과 보수당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혀 존슨 총리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는 일단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정회 직전 ‘총선 재시도’와 ‘시간 끌기’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하원에서 다음주 의사일정을 소개하며 9일 조기총선 동의안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같은 회기 내 동일한 사안을 다시 표결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회규약에 따라 재상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그는 보수당 의원 회의에서 조기총선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유일한 돌파구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립각을 세우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지지율이 저조해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17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같은 시도를 했다가 보수당의 과반 상실로 끝난 사례가 있어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상원에서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 통과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저지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이미 그가 깔아놓은 정회 조처가 있어 9일까지 상원 통과와 여왕의 재가가 불가능할 경우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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