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손 못 대는 조세지출' 내년 30조 넘어선다

구조적 지출+잠재적 관리대상

국세 감면액 예상치 60% 육박

정부, 세입 효율화 쉽지 않을 듯

"복지 빼고는 과감하게 정비해야"

0915A06 폐지 가능성 없는 조세지출 규모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조세지출(깎아주는 세금) 제도 정비를 외치고 있지만, 사실상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지출이 내년 3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세(國稅) 감면액의 60%에 가까운 규모다. 어두운 세수 전망 속에서 조세지출을 효율화해 세입을 확대해보겠다는 정부 방침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결국 재정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치적 유불리를 배제한 적극적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조세지출 예산서’에서 올해와 내년 국세감면액을 각각 50조1,382억원과 51조9,097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구조적 지출을 10조5,624억원과 11조714억원으로 내다봤다. 구조적 지출이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부가 각종 비과세·감면을 통해 깎아주는 세금을 의미하는 조세지출은 지출의 세 가지 특성(특정성·대체 가능성·폐지 가능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구조적 지출 △잠재적 관리대상 △적극적 관리대상으로 나뉜다. 구조적 지출은 세 특성 모두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정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출을 의미한다. 소득세법상 자녀 세액공제, 연금보험료 공제를 비롯해 부녀자·한부모·장애인·경로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추가 공제가 여기에 속한다.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특별소득공제도 마찬가지다. 주로 복지 차원의 세금 감면이다.

0915A06 최근 3년 국세감면액 추이


폐지 가능성이 없으면서 특정성과 대체 가능성 둘 중 하나를 가진 지출 항목을 잠재적 관리대상으로 분류하는데, 이 역시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출에 가깝다. 지난해 14조4,223억원이었던 잠재적 관리대상 규모는 올해 19조2,865억원으로 껑충 뛰고 내년에는 19조4,527억원으로 는다. 구조적 지출과 잠재적 관리대상을 뺀 나머지 분류인 적극적 관리대상은 정부가 정비할 수 있는 지출을 뜻한다.


구조적 지출에 잠재적 관리대상 지출을 더한, 폐지 가능성이 없는 조세지출은 올해 총 29조8,489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30조5,241억원으로 3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올해 기준으로 전체 국세감면액 50조1,382억원 가운데 정비가 어려운 조세지출 비중이 59.6%에 달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국세감면액이 더 크게 늘어나는 덕에 그 비중이 58% 수준으로 소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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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처럼 ‘손 못 대는’ 조세지출이 늘어나면 정부의 효율적인 조세감면 제도 정비를 제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세입 기반을 약화시켜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국세감면액은 지난해 43조9,533억원에서 올해 50조원을 넘어서면서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 내년에도 넘어서 2년 연속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일몰 없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도 올해 82개에서 내년 84개로 늘어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한 번 세금을 깎아주기 시작하면 이를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조세지출 제도는 비(非)탄력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은 결국 국세 수입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적 이해득실과 맞물려 정비를 하지 못하는 제도가 상당수인데, 불가피한 복지 차원의 세제 혜택을 빼고는 과감하게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잠재적 관리대상은 폐지 가능성은 없지만 축소 재설계할 수는 있다”면서 “적극적인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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