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난리 치고 결론은 이제부터는 보고하고 개방하라는 것입니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생긴 국가적 낭비는 누가 책임집니까.”
석 달간 철강업계를 벌집 쑤신 듯 소란스럽게 했던 제철소 고로(용광로) 블리더 개방 문제의 결론이 난 지난 3일.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가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단체·지방자치단체 주연, 환경부 조연의 ‘환경 포퓰리즘’ 광풍이 허무하게 끝났다”며 “끝까지 불합리·비이성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사태의 개요는 이렇다. 고로 정비 때 개방하는 블리더(안전밸브)에서 오염물질이 대거 배출된다며 환경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지자체는 “불법·무단 개방”이라며 조업정지 10일(현대제철 당진2고로)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조업정지로 쇳물이 굳으면 피해가 8,000억원에 이른다”는 업계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기업이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법을 지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꾸짖었다. 환경부는 “실정법 위반이며 경제논리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
조업정지 처분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철강업계의 반박이 이어지자 결국 민관협의체가 발족했다. 환경부·지자체·시민단체·철강업계·학계가 모두 참여해 미국 제철소는 어떻게 하는지 직접 가보는 등 조사를 벌였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은 철강업계의 주장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환경부 관계자의 브리핑을 그대로 옮겨보자. “블리더 개방 때 나오는 물질을 무인기로 측정했더니 대부분 먼지였고 오염물질(SOx·NOx)은 워낙 미량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봤을 때 정기보수 때 블리더를 개방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 사항이다.” 겨우 찾아낸 한국과 환경 선진국들의 다른 점은 “다른 나라는 개방 일정을 사전에 보고하고 하더라”는 것뿐이었고 그것이 이 사태의 사실상 유일한 결론이 됐다.
환경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학적 사실과 이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있지도 않은 ‘오염물질 괴담’에서 출발한 사태에 조직의 수장까지 나서 경솔한 발언을 쏟아냈던 환경부와 지자체가 제발 이 사건을 교훈으로 삼기를 바란다.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