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10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언급하면서 미국을 향해 “섬나라(일본)의 편에 서서 남조선(한국)에 노골적인 압력을 가하는 외부 세력”이라며 “미국은 거기에 코를 들이밀고 간섭할 아무런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담화를 통해 이달 하순께 미국 측과 직접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해서는 거친 발언으로 경계감을 보인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항거를 낳는 파렴치한 간섭행위’란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최근 남조선에서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은 후 일본의 아베 정권은 제 편에서 ‘유감’이니, ‘신뢰훼손’이니 하고 반발하면서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놀아대고 있다”고 먼저 일본을 비난했다.
이어 신문은 “이러한 망동이 정치 난쟁이들의 간특하고 철면피한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별로 놀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동신문은 곧바로 비난의 방향을 미국으로 틀었다. 노동신문은 “아베 정권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을 거부하고 남조선에 대한 경제보복의 칼을 빼 들며 갈수록 오만하게 날뛰었지만 미국은 그것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며 “”남조선당국자들이 아무리 도와달라고 청탁을 해도 못 들은척 하였다”고 말했다.
또 노동신문은 “미국은 남조선-일본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되자 남조선에 대고 눈알을 부라리며 ‘결정 취소’를 강박하는 등 전례 없는 압박공세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의 강도적 본색”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북한이 한일 지소미아 종료와 미국의 역할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이면서 강하게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달 29일 한일 지소미아 종료 이후 북한 언론 동향을 분석한 후 특별한 반응이 없다면서 “전술적 침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당시 북한의 침묵에 대해 “예상외 반응”이라며 “북한의 더 큰 관심은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향후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은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 이후 70여 일 만에 북미 대화에 시동을 다시 걸면서 한미동맹 약화를 위한 여론전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북한은 이날 오전 한국은 또 다시 동쪽 방향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이에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의 안보 당국도 북한의 발사체 종류 및 의도 분석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