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사고를 겪게 되면서 아이보다 더 순수한 반전 매력을 갖게 된 철수라는 캐릭터는 배우 차승원을 만나 매력이 극대화됐다.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철수의 과거 이야기가 드러나고, 진한 부성애가 더해지면서 감동은 배가 된다. 어린아이 같은 철수의 순수함은 관객을 웃게 하고, 극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서 먹먹함을 쏟아낸다.
차승원은 다양한 얼굴 근육의 쓰임을 통해 웃음과 눈물의 향연을 펼친다. 코믹과 정극을 오가며 낙차 큰 연기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그의 내공을 실감할 수 있다.
차승원은 웃음의 수위를 조절하려 애썼다. 관객이 포복절도하기보다는 잔잔하고 너그러운 미소로 철수를 바라보게 하고, 안타까운 사고의 희생자와 현재에도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이들을 보듬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특히 철수를 희화화하지 않기 위해 제작진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스크린에 드러난다. 큰 웃음보다 잔잔한 미소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차승원과 이계벽 감독은 세상을 따뜻하고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비슷한 시선으로 감동 힐링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냈다.
차승원이 우월한 기럭지와 멋진 비주얼을 내려놓고 온몸을 불태운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는 오랫동안 트레이드마크로 길렀던 콧수염을 과감하게 밀어버렸다. 컬이 살아있는 롤펌 헤어와 늘어난 흰 티셔츠는 외향적인 완벽함을 다소 누그러뜨린다. 터질 듯한 이두박근을 과하게 자랑하고, 어눌한 말투는 다소 거침없고 솔직해 보인다. 하지만 철수의 행동은 죽음의 경계를 넘어온 남자이기에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자기 것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를 두 번 다시 잃지 않기 위한 애정 표현의 하나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에서 ‘연기 달인 차승원 맛집’의 진수는 증명된다.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사람들을 구할 때, 초능력 없이도 히어로 같아 보이는 이들은 존경스럽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진지함과 코미디를 이질감 없이 연기하는 차승원은 철수를 우리들의 히어로로 승화시켰다. 특별한 힘은 없지만 존재만으로 안심과 힐링이 되는 그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