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향후 1년간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 조정’이 ‘긍정적 조정’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무역갈등 속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까지 겹치면서 우리 기업들의 신용이 당분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디스는 10일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27개 한국 비(非)금융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이 대부분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19개사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며 5개사는 긍정적, 3개사는 중립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에 전반적인 산업 업황이 약화했다”며 “메모리반도체,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은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업황 둔화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또 “신용등급 부여 대상인 24개의 한국 비금융 민간기업 중 13개사는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거나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며 전망이 ‘긍정적’인 기업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무역갈등과 글로벌 성장 둔화로 인한 업황 약화, 일부 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12개월 동안 한국 기업의 신용도는 추가로 약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 겸 선임 크레디트담당관은 “미중 무역갈등은 수출 지향적인 기업의 실적에 계속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는 행정절차 지연에 그쳐 한국 기업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신용도 압박을 완화하려면 자산 매각이나 설비투자 축소 등을 통해 차입금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종전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2.2%에서 2.1%로 내렸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