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 10년차 로스쿨 갈등, 조국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는




대한민국 법조인 선발 창구였던 사법시험 제도가 2017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교육기관으로서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2009년 도입한 로스쿨 제도가 10여 년이 흘렀고 올해까지 8번의 변호사시험을 치렀다.

법무부는 2015년 사시 폐지 4년 유예 근거로 국민의 85% 이상이 사법시험 존치를 원한다는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였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에서 만든 로스쿨법안과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서로 맞바꿔 2007년 7월 임시국회 폐회 3분 전 한밤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픈 진실이 숨어있다. 일각에서는 당시 대다수 국민은 로스쿨 도입을 원하지 않았고 사법시험 유지를 원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같은 논란 때문인지 로스쿨 도입 이후 잡음은 진행형이다. 10년 차 로스쿨이 과연 제도로서 안착을 했는지 냉정하게 짚어볼 때다.

로스쿨과 관련한 많은 논란의 핵심은 변호사시험을 당초 설계한 것과 같이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선발시험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는 데 모든 법조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탓에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 사관학교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로스쿨 시스템이 전반적인 사법시험화를 초래해 학생들의 무한경쟁과 시험에 의한 교육의 지배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으면서 양질의 법률가를 양성하고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당초의 도입 취지는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로스쿨의 현실은 어떨까. 로스쿨도 이제는 대학입시처럼 상위권과 중·하위권으로 나눠져 입학하는 순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로스쿨에 합격하면 ‘검·클·빅’을 향한 무한 경쟁에 들어가야 한다. 각각 검사·로클럭(재판연구원)·대형 로펌(빅펌)의 줄임말이다. 신입생 상당수는 이 목표를 위해 입학 전부터 사교육기관에 등록하고 주요과목을 선행 학습한다. 무엇보다 1학년 학점이 향후 진로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김앤장·광장·태평양 같은 대형 로펌에 선발되는데 학점이 큰 영향을 미친다. 대형 로펌 상당수가 로스쿨 1학년생 가운데 학점 우수자를 골라 인턴으로 선발하는 경향이 높아. 이 때문에 로스쿨 학생들은 단 한순간도 ‘삐끗’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학점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으면 바로 휴학하고 학원 강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로스쿨 학생들의 관심은 모두 학점 관리와 변호사시험 준비에 맞춰 로스쿨 생활을 해가는 게 현실이다.

로스쿨 학생들이 공부할 때 사용하는 법전.로스쿨 학생들이 공부할 때 사용하는 법전.


물론 이 같은 우려에 대비해 로스쿨 도입 때 여러 보안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나쁜 규제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 우선 교수의 로스쿨 강의시간을 매주 6시간이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로스쿨 강의시간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유는 로스쿨 교육을 충실하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로스쿨 학생들이 교수들의 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고 교수들도 강의 이외의 나머지 시간을 강의준비나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게 보편적 현상이다. 충실한 강의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로스쿨 교수들을 필요 이상으로 보호해주는 역할만 하고 로스쿨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지적이 나온다. 로스쿨 학생들이 학교 이외에 학원을 찾아 공부하고 학점 관리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배경 중에 하나는 이 같은 이유다.

관련기사



둘째는 지방 소재 로스쿨은 해당 지역 대학 졸업생을 일정 비율 이상 강제로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간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방 소재 로스쿨은 서울권 로스쿨에 비해 현저하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다소 실력이 낮은 지방대학 출신자를 포용하면서 오히려 더욱 경쟁력이 더 떨어져 고사위기에 처하는 배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서울 로스쿨에서 밀린 응시자들은 자연스럽게 지방로스쿨을 찾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권의 대형 로스쿨에 지방대학의 인재들을 입학하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대학의 출신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좋은 시설과 실력이 있는 강의 기회를 제공해 지방 로스쿨도 서울권 로스쿨과의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는 법전원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병역의무 이행기간을 제외하고는 변호사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졸업 후 5년 안에 변호사 직업을 가질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셈이다. 게다가 변시는 학력제한으로 아무나 응시할 수 없다. 법전원을 졸업한 자 역시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응시자격이 박탈된다. 한국의 변시가 진입과 출구를 엄격하게 규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선택을 법전원 졸업 후 5년 이내로만 제한하고 있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 위헌규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응시기간의 제한이 연령차별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응시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응시기간제한은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결격사유(제5조)와 변호사시험법상 응시 결격사유(제6조)와도 충돌된다는 논리다. 전문자격사인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물론 변리사·세무사 등의 자격시험에는 응시기간의 제한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법전원의 교육효과가 소멸되기에 응시기간제한을 둔다고 하지만 의료인의 자격취득 시험에 존재하지 않는 응시기간의 제한을 변호사시험에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등권의 침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로스쿨 재학생·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가 대한변협에 반발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로스쿨 재학생·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가 대한변협에 반발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넷째는 변호사시험의 응시횟수를 5회로 제한하는 규정도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는 법전원 도입취지가 장기간 시험 준비는 인력의 극심한 낭비와 비효율성을 방지하는데 있어 응시기회제한으로 제한되는 기본권을 직업선택의 자유로 한정한다. 그러나 응시자는 앞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든, 그렇지 않든 현재 그가 꿈꾸고 계획하는 장래를 향하여 행동할 자유가 있다. 다라서 인간은 자신의 삶에 중대한 사항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응시자가 졸업 후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번을 응시할 것인지를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응시횟수 제한을 고집하고 있다.

다섯째는 로스쿨 인가 당시부터 전혀 변하지 않는 개별 로스쿨의 입학정원 개선 문제다. 설립인가 당시에 신청 학교가 너무 많아 불가피하였다지만 이제라도 각 대학별·지역별 정원 제한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권 로스쿨의 경우 로스쿨 정원 순서가 많은 대학이 결국 순서대로 로스쿨의 순위가 정해져 있는 게 현실이다. 로스쿨 학생들은 공부에 전념하기 보다는 보다 높은 순위의 로스쿨로 간판을 갈아타기 위해 매진하는 게 대세다. 로스쿨 총 입학정원의 변경, 이제라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개별 로스쿨의 역량을 평가해 정원을 조정함으로써 서로 경쟁력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유사직역 정리 없이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자 바로 오른편에서 로스쿨 재학생·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가 맞불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유사직역 정리 없이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자 바로 오른편에서 로스쿨 재학생·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가 맞불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며 뉴스에 중심에 서 있는 조국 장관. 그는 교수 시절 로스쿨 도입과 활성화를 주장했다. 조 장관은 사회 구석구석에 법률가가 진출해 개천을 지키는 ‘메기’가 되려고 하거나 바다로 나간 ‘고래’는 물론 구름 위의 ‘용’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로스쿨 도입의 진정한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 학생들과 로스쿨 제도에 찬성했던 측에서 조 장관의 취임을 반기는 이유다. 막혔던 규제를 풀고 로스쿨 제도의 활성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탓이다.

조 장관은 교수 시절 칼럼에서 고졸 출신도 독학사, 학점은행제, 사이버대를 통해 로스쿨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학금과 대출을 활용해 3년만 공부하면 되는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법조인이 되는 기회를 비용 면에서 더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스쿨에 입학, 전업 대학원생 3년을 거쳐야만 비로소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바로 로스쿨 제도다. 입학을 해서도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변호사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길목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이런 탓에 로스쿨이 사시보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는 말은 현실과는 괴리된 게 사실이다. 다. 일각에서는 기존 변호사와 검사, 판사 등 법조인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피는 데 가장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명한 건 로스쿨은 손쉽게 법조인을 많이 양성하려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던 것이 제도 도입이 최고 목표였다. 로스쿨 신봉자였던 조국 장관이 과연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고 질 높은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한 바람직한 법조인이 양성되도록 로스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제도적 개선에 나설 지 주목된다.

이현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